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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분양전환가는 임대인 재량"… 민간임대 분쟁 확산 우려

최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2 18:40

수정 2025.12.02 18:40

민간임대 분양가 갈등 새 국면
"공공주택과 적용법·취지 달라"
법원, 임대인 재량 폭넓게 인정
분양전환 앞둔 단지 50곳 달해
전국 유사한 분쟁 속출 가능성
분양전환 가격을 놓고 입주민들의 집단 반발 중인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전경. 민간임대아파트로 공급돼 8년 임대 후 분양전환 조건이었지만 예상 보다 높은 분양가가 제시되며 논란이 됐다. 호갱노노 갈무리
분양전환 가격을 놓고 입주민들의 집단 반발 중인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전경. 민간임대아파트로 공급돼 8년 임대 후 분양전환 조건이었지만 예상 보다 높은 분양가가 제시되며 논란이 됐다. 호갱노노 갈무리
경기 성남시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분양전환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법원의 판단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원이 "분양전환 가격은 임대인이 결정한다"며 시행사 손을 들어주면서, 공공택지에서 조성된 민간임대라도 분양가 규제를 적용할 근거가 없다는 판례가 생긴 것이다. 향후 전국의 분양전환형 민간임대주택에서 유사한 분쟁이 속출할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는 지난 10월 31일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입주민 215명이 성남고등S-1PFV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전환가격 확인 소송에서 입주민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최초 임대차계약서 및 모집공고에 포함된 "분양전환 가격은 임대인이 결정한다"는 규정의 유효성을 인정했고, 시행사가 감정평가법인의 평가액을 근거로 산정한 분양가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분양 홍보관에서의 구두 안내는 법적 효력이 없다며 입주민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교밸리 제일풍경채는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공공주택지구 S1블록에 2020년 조성된 543가구 규모 민간임대 아파트다. 2017년 민간임대 방식으로 공급돼 8년 임대 후 우선분양전환을 약속하며 2020년 입주가 이뤄졌다. 그러나 2024년 분양전환 시점에 시행사가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를 통보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임차인들은 "홍보 당시 전용 84㎡ 기준 8억원 수준(시세의 70~80%)으로 안내받았지만, 실제 분양전환 시점에 12억원대까지 상승한 분양가를 통보받았다"고 주장한다. 애초 사업을 추진한 부동산 디벨로퍼 HMG는 임대 시작 1년 뒤 메테우스자산운용에 PFV 지분 95%를 넘겼고, 현재는 NH투자증권이 수탁사로 참여하는 사모펀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HMG 시절 가구당 7억~8억원 수준에서 논의되던 조기 분양전환 협의도 지분 변경과 함께 중단됐다.

하지만 법원은 이러한 사정 변화가 분양가 산정의 위법성이나 계약 조항의 무효를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민간임대주택법상' 분양전환 가격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판결문에는 "민간건설임대주택은 공공주택과 적용 법률 및 도입취지가 다르므로 분양전환가격 산정시 원가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명시됐다. 2011년 대법원이 공공임대주택의 '자의적 분양가 산정'을 제동한 판례와 달리, 민간임대주택은 법령상 별도의 규제가 없어 임대인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되는 구조다.

이번 판결은 전국 분양전환형 민간임대주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고 분양전환 등 논의가 필요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단지 등은 전국 49곳, 총 3만9430가구다. 이들 중 일부 단지에서도 시행사의 지분 변경과 가격 산정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 만큼, 이번 판결이 사실상 임대인 재량을 명문화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판교밸리 제일풍경채의 한 임차인은 "공공택지에서 공급된 만큼 일정 수준의 공공성이 보장될 것이라 믿었지만, 사모펀드가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