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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들썩이는 물가, 유통 거품 걷고 선심정책 자제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2 18:59

수정 2025.12.02 18:59

소비자물가 석달 연속 2%대 상승
뉴노멀된 고환율 근원적 처방 필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소비자물가가 3개월 연속 2%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대비 2.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1%대로 잠시 주춤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9월 다시 2%대로 올랐고, 10월엔 2.4%로 상승 폭을 키운 뒤 지난달엔 두달 연속 2%대 중반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물가가 들썩이면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는다.

장보기가 무서운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삶은 그만큼 팍팍해진다. 정부는 물가 관리가 민생 안정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각오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대책은 다 동원하여 더 오르지 않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전체 물가는 농축수산물이 끌어올렸다. 겨울철에 주로 소비되는 과일인 귤이 26.5%나 뛰었고, 계절을 가리지 않는 사과도 21%나 올랐다. 수박, 딸기 등 과일류는 8월 이후 오름세가 꺾인 적이 없다. 갈치, 고등어 등 생선도 11~13% 이상 뛰었다. 달걀(7.3%), 국내산 쇠고기(4.6%), 돼지고기(5.1%) 등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곡물값 고공 행진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쌀 물가지수는 무려 18.7%가 올랐다. 현미(25.8%), 찹쌀(34.2%), 보리쌀(33.1%)의 상승 폭이 특히 컸다.

물가가 요동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잦은 가을비 등 기상 영향도 적지 않지만 고환율 여파도 있다. 석유류가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것도 환율 탓이 크다. 경유가 10%나 뛰었고, 휘발유도 5% 이상 올랐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원유 수입에 환율이 반영된 가격이 적용되면서 석유류가 크게 오른 것이다. 과일·생선·곡물값 역시 환율이 밀어올린 가격이다.

환율이 서민생활까지 압박하는 현실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일각에선 내년 원·달러 환율을 1600원 선까지 내다본다. 고환율 뉴노멀 시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석유류와 수입 농축산물 가격 상승은 말할 것 없고 국제 원자잿값 앙등에 따른 가공식품, 외식물가 폭등까지 걱정해야 한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도 적정 환율 관리는 시급하다. 그런 만큼 인위적 압박을 가해 불을 끄는 수준이 아니라 경제 체질개선으로 근원적 외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농축산물 가격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구조적 요인도 따져봐야 한다. 거품 낀 비효율적인 유통구조는 수도 없이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산물 유통비용은 지난 20여년간 눈덩이처럼 커져 이제는 전체 가격의 절반까지 차지하는 수준이 됐다. 실제로 배추, 무의 경우 소비자가격의 70%가 유통 과정에서 덧붙여진 것이다.

사과 등 과일 역시 절반 이상이 유통비용이라고 한다. 정부도 이를 개선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유통거품을 덜어내야 농가도 살고 소비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직거래와 온라인 도매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물가를 자극할 무리한 정책과 입법도 마땅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분별한 선심 정책이 쏟아질 우려가 있다. 민생으로 포장한 퍼주기 정책은 재정만 축내는 것이 아니라 물가를 끌어올려 민생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와 정치권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