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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女, '안구 적출'하게 된 사연…"눈 피로한 줄 알았는데"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04:00

수정 2025.12.03 04:00

단순한 이물감이라 여겼던 증상이 사실은 안구 뒤 종양의 신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하단 사진=의안 사진=고펀드미
단순한 이물감이라 여겼던 증상이 사실은 안구 뒤 종양의 신호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하단 사진=의안 사진=고펀드미

[파이낸셜뉴스] 영국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단순한 시력 저하로 여겼던 증상을 방치하다 결국 안구암 진단을 받고 한쪽 눈을 적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사연을 공개했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에식스주 롬퍼드에 거주하는 사라 월터(39)는 지난해 11월 왼쪽 눈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당시 사라는 이를 단순한 피로 누적이나 먼지가 들어간 탓으로 여겼으며, 증상이 심해지자 시력 교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가족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사라는 진료 사흘 만에 안구의 4분의 1을 덮는 4.5cm 크기의 종양을 확인했다.

정밀 검사 결과 병명은 안구 흑색종으로 판명됐다. 이는 색소 세포에서 발병하는 희귀 악성 종양으로 시야 흐림, 홍채 반점, 광시증 등이 주된 증상이다.

2시간에 걸친 수술…안구 적출과 재활 과정

의료진은 고강도 방사선 치료와 안구 적출술을 제안했다. 사라는 종양의 완전한 제거와 재발 방지를 위해 적출을 택했다. 지난 1월 2일 약 2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안구를 제거하고 인공 삽입물을 이식했다. 수술 직후 붉은 안와가 드러나는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단안 시야로 인한 균형 감각 저하와 거리감 혼동 등 일상생활의 제약도 발생했다.

지난 6월 의안을 착용하면서 사라는 외형적 안정을 되찾았다. 다만 안구 흑색종의 특성상 간 전이 위험이 있어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 사라는 치료비 마련과 환자 지원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사연을 게재했다. 그는 안과 방문이 빨랐다면 시력을 보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조기 검진을 당부했다.

침묵의 살인자, 안구 흑색종
사라가 진단받은 안구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전체 흑색종의 3~5% 수준이다. 피부 흑색종과 달리 안구 내부에서 서서히 진행되며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임상적으로는 맥락막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전체의 85~90%를 차지해 가장 흔하다. 홍채나 모양체 발병 사례는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상이하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물결치는 현상, 홍채의 검은 반점 확대, 광시증, 안구 압박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종양 크기가 작을 때는 무증상인 경우도 있어 정기적인 안저 검사가 필수적이다.

높은 간 전이 위험과 예방

안구 흑색종은 혈관이 풍부한 눈의 구조적 특성상 간으로 전이될 확률이 높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80~90%가 첫 전이 부위로 간이 확인된다. 이에 따라 진단 후 6개월 간격의 간 기능 및 복부 영상 검사가 표준 관리 지침으로 통용된다.

치료법은 종양 상태와 환자 여건을 고려해 결정된다. 종양이 작거나 국소적일 경우 방사선 플라크나 양성자 치료를 통해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반면 사라의 경우처럼 종양이 크거나 망막 손상 우려가 있을 때는 안구 적출이 불가피하다.
적출 후에는 의안을 착용하며 연 1회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명확한 예방법은 없으나 밝은 피부나 눈동자 색, 선천성 모반, 유전적 요인 등이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정밀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