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병역 확대·부자 증세 개헌안 국민투표
병역 확대 84% 압도적 반대…부자 증세도 부결
정부 "군·민방위 인력 충분, 노동 인력 줄고 비용 더 들어"
병역 확대 84% 압도적 반대…부자 증세도 부결
정부 "군·민방위 인력 충분, 노동 인력 줄고 비용 더 들어"
[파이낸셜뉴스] 중립국인 스위스가 유럽 내 안보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성도 국가 복무 의무를 이행하는 병역 확대 방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됐다.
AP, AFP 통신 등 복수의 외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감된 국민투표 결과, 스위스 유권자의 84%는 남성에만 적용되는 병역 의무를 여성에까지 확대하는 안에 반대했다. 이 안건은 '시민 복무 이니셔티브'란 이름으로, 여성도 남성처럼 군대나 민방위대, 또는 기타 형태의 국가 복무 의무를 이행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안을 주도한 노에미 로텐은 AFP에 이 발의안이 "진정한 평등"을 목표로 한다며 현행 제도가 남성에게도, 군 복무 중 쌓는 인맥과 경험에서 배제되는 여성에게도 차별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군대, 민방위, 자원 소방대 등 어떤 형태로든 모든 청년이 공동체 복지에 기여하는 게 이 발의안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건을 지지하는 이들 역시 사회적 결속력을 다지고, 남녀평등 구현 차원에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에 부응한다"며 "위기에 맞설 수 있는 더 강한 스위스를 위해 모두가 일할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는 군대와 민방위에 이미 충분한 인력이 있으며 필요한 인원 이상을 추가로 모집할 경우 노동 인력이 줄고 막대한 비용도 초래된다며 이 안에 반대해 왔다. 정부는 여성에 대한 의무 병역이 "성평등을 향한 한 걸음"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이미 자녀와 가족 돌봄, 가사 노동이라는 무급 노동의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는 많은 여성에게 추가적 부담을 지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직장과 사회에서의 평등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게 시민 의무를 요구하는 건 평등 측면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위스는 징병 대상 연령 남성들의 병역이나 민방위대 참여가 의무화돼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병원이나 노인 시설 등에서 대체 복무가 가능하며, 현재 매년 약 3만5000명의 남성이 의무 복무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날 투표에서는 기후 대응 자금 조달을 위해 5천만 스위스 프랑(약 914억원) 이상의 재산에 50% 상속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는 ‘슈퍼 리치’ 과세 안건도 유권자의 78% 이상이 반대해 부결됐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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