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와 관련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둔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은 추 전 원내대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국회 표결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본 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이를 위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피의자의 주거나 경력, 수사진행경과 및 출석상황 등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피의자에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시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비상 의원총회 소집을 알리면서 장소를 국회와 당사로 번갈아 변경하며 총 3차례 변경했다.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이 결국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참석하지 않아 190명의 가결로 통과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표결에 동참하는 것을 방해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당대표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본회의장 소집을 요청했음에도 의총 장소를 거듭 변경했다는 설명이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이 전화에서 비상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들었고,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에 동참하는 것을 방해하는 형태로 협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특검이 제기한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당시 대화를 하던 시점은 본회의 개의 시간도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고, 개의 전 한 대표가 의원들과 의논 후 본회의장으로 가자고 한 것"이라며 "한 전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나와 의원들과 회의했다면 표결 참여 의원 숫자가 늘어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속 심사는 전날 오후 3시께 시작해 쉬는 시간을 포함, 약 9시간 동안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갔고 밤 11시 55분께 종료됐다. 이는 역대 최장인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심사 시간 10시간 6분에 거의 근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심사 후 혐의를 어떻게 소명했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말씀을 드렸다"며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팀은 또 다시 수사에 위기를 맞게 됐다. 수사 기간이 12일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사실살 불구속 기소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핵심 피의자 신병확보에 실패한 데 이어 '국회 표결 방해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신병확보도 무위로 돌아가면서 수사 동력을 잃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계엄 선포 후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등과 통화한 것을 고리로 '윗선'을 겨냥하려 했지만, 추 전 원내대표 구속 실패로 추가 수사나 구속영장 청구 대신 기소한 후 마무리할 전망이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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