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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캐리트레이드 종료' 韓 자본시장 우려 혹은 기대 [fn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06:00

수정 2025.12.03 08:05

"韓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 원화 강세 압력"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조만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지면서, 일본 국고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실상 엔캐리트레이드는 종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캐리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채권·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해 이자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이 자금이 되돌아가기 시작하기만 해도 전 세계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어 증시를 흔들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한국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해, 코스피 매력도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日 국채 금리, 2008년 수준으로 껑충...2년물 1%대 17년만 진입
3일 코스콤CHECK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일본의 2년물 금리가 17년여 만에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2년물 금리는 지난 1일 1.0164%로 2008년 6월 13일(연 1.021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연 1.874%로 2%에 근접해 가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2008년 6월 16일(연 1.8850%)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여타 나머지 금리도 2008년 대비 17년여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일본 국채 금리의 상승 배경에는 크게 △일본 물가와 임금 상승으로 인한 12월 금리 인상 경계심 확대 △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으로 인한 우려감이 동시에 작용했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월 인플레이션 상승세는 BOJ의 금리 인상이 더 일찍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면서 "10월 헤드라인 CPI는 9월 2.9%에서 10월 3.0%로 상승하며 BOJ의 목표치(2%)를 43개월 연속 상회했다. 이는 1992년 이후 최장 기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의 대규모 재정 확대도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재료가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조3000억엔(약 200조원) 규모의 경기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2025회계연도 추가경정예산안(약 18조3034억엔)을 위해 11조6900억엔(약 110조원)가량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국채 물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게 마련이다. 재정 악화 우려와 맞물리면서 일본 국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뛰었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이런 시장 경계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 1일 “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한 시점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0.50%로 올린 뒤 10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해 왔는데, 이번에 0.25%p를 추가로 인상하면 기준금리는 연 0.75%가 된다.

허성우 연구원은 "전체 일본 국채 잔액이 이미 높은 수준이고, 추가 예산의 상당 부분이 국채 발행으로 조달되는 만큼, 단기 금리뿐만 아니라 장기 금리 역시 당분간 완만한 상방 압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해보면, BOJ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확대, 추가 예산안에 따른 중단기 국채 발행량 증가, 구조적 인플레이션 및 임금상승 압력 등을 고려할 때 일본 국채 금리는 일시적인 조정이 있더라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0.74%로 올해 0.78% 예상치 대비 낮은 경로로 제시되고 있어 연속적인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국채 10년물 2.0%, 국채 30년물 3.5%를 상단으로 12월 통화정책회의 이후 금리 상승세 진정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 美-日 10년물 스프레드, 빠르게 축소..."엔케리트레이드 종료"에 우려 혹은 기대
일본금리의 고공 행진은 글로벌 유동성을 줄어들게 하는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과 일본 국고채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어서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이달 1일 기준 221.35bp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3일 246.13bp 수준이었던 스프레드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지난 1월 6일 351.46bp(1bp=0.01%포인트)를 가리킨 바 있다. 미국 국채 30년물과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 차도 101.3bp까지 좁혀졌다. 미·일 장기금리 차 축소는 일본에서 조달된 엔화 자금이 고수익 해외자산을 떠나 본국으로 환류할 유인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간 국채 금리 스프레드 축소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미 연준의 경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인 반면에 일본은행의 경우 추가 금리인상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일간 금리 스프레드 축소와 엔화 가치 상승은 당연히 엔케리트레이드 매력도를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엔화가치 상승 폭이 뜻밖에 확대될 경우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크게 증폭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국채 금리상승이 국내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도 "원과 엔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고려할 때 엔화 강세는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화 강세 시 국내증시의 상대적 매력도 높아질 수 있다"면서 "반도체 사이클과 더불어 원화 강세 폭 확대가 외국인 자금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