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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황에도 신규 공모펀드 찬바람...2년만에 반토막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16:14

수정 2025.12.03 16:14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올해 증시활황에도 신규 공모펀드 수는 2년전 대비 반토막났다. 상장지수펀드(ETF) 인기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보다 ETF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서다. 운용사 간 실적 양극화 심화로 중소 운용사들이 상품출시에 한층 신중해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설정된 공모펀드는 483개(2일 기준)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았지만 지난해 500개를 밑도는 수치다.

특히, 2022년(982개), 2023년(1074개) 등과 비교하면 신규 펀드 수는 절반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일반 공모펀드는 은행과 증권사 등 일반적인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펀드를 뜻한다. 2000년대 초반 적립식 펀드가 크게 유행하면서 펀드 시장은 인기를 끌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손실을 겪으면서 타격을 받았다.

투자 지역별로 보면 국내 펀드 출시 감소세가 뚜렷하다.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는 2023년 494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256개로 줄었고, 올해는 215개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해외 투자 공모펀드는 2023년 580개에서 지난해 244개로 떨어졌지만, 올해 268개 펀드가 새로 나오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올해 사상 첫 4000선을 돌파하면서 역대급 호황을 누렸음에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출시는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62개에서 지난해 56개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는 38개 출시에 그쳤다.

국내 증시 역대급 강세에도 운용사들이 신규 공모펀드 출시를 망설이는 것은 상장지수펀드(ETF)와의 수요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편의성 때문에 ETF를 찾는 투자자들만 늘어나면서 운용사로서도 ETF 대신 공모펀드를 내놓을 유인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ETF 대비 공모펀드 소외 현상은 이미 수년간 진행돼 왔는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펀드는 가입이나 기준가 확인 절차가 복잡한 반면 ETF는 포트폴리오 확인이나 거래가 용이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선택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ETF 출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21년 87개였던 신규 상장 ETF는 2022년 133개, 2023년 159개, 지난해 174개로 증가했다. 올해는 158개지만 남은 한 달 간 더 추가될 전망이다.

또 상품을 내놨다가 소규모 펀드로 전락할 경우 다음 상품 출시에 제약이 걸릴 수 있어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소규모 펀드는 설정·설립 이후 1년이 되는 날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인 상품을 의미한다.

대형·중소형 운용사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지면서 펀드를 내놓을 여력이 줄어든 곳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3·4분기 자산운용사 영업실적 분석에 따르면 3·4분기 전체 운용사 순이익(9447억원)의 80%는 순자산 상위 30곳 운용사가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운용사는 9월 말 기준 505곳으로, 나머지 475개 운용사는 사실상 적자를 낸 셈이다.


한 운용사 리테일 담당자는 "규모가 큰 ETF나 펀드를 굴리는 대형 운용사 몇 곳을 제외하고는 증시 불장에도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