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평화연구원은 지난 11월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트럼프 2기 국제질서 변화와 한국의 국익중심 실용외교 방향’을 주제로 「2025 제주포럼 회기간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전제로 변화하는 국제질서와 안보 환경에 대한 전략적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 외교의 실용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개회사를 통해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장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공백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약화를 진단하며, “한국은 복합적 위기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는 총 세 개 세션으로 구성되어, 트럼프 2기 가능성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전략환경 변화, 동맹 정책 조정,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 등의 주요 이슈를 다각도로 점검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아태 지역의 전략 지형 변화 속 한국 외교의 선택지를 논의했다.
이어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와 박영준 국방대학교 교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규범의 불안정성 속에서 한국의 위기관리 역량과 다자 협력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동맹 현대화와 역내 안보 구조 변화가 중심 주제로 다뤄졌다.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능력 있는 동맹국(capable ally)’으로서의 위상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설인효 국방대 교수는 한미동맹의 구조적 조정이 단순한 약화가 아닌 전략적 재편임을 시사하며 자주적 억제 능력의 강화를 제언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미 간 의존 구조의 재정립을 주문했으며, 박종승 KAIST 교수는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을 매개로 한 ‘첨단동맹’ 구상을 제안했다. 정삼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센터장은 국내 여론과 중국 변수, 북핵 위협 등을 종합 고려한 신중한 동맹 전략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 번째 세션은 한반도 안보 환경 변화와 남북관계의 현실적 접근 방안을 다뤘다. 김범수 서울대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분석하며, 당면 과제로서 평화공존과 충돌 방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대화의 단절 속에서도 위기관리 채널 복원과 단계적 협력 추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유연한 접근을 통한 관계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주민 중심 접근과 중장기 전략 구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의를 마무리하며 백학순 김대중학술원장은 “전쟁 위험을 높이는 어떠한 상황도 경계해야 하며, 불확실성을 관리하면서 실용적 대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번 회기간회의는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 외교가 나아갈 국익 중심의 실용 전략을 재점검하고, 다층적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는 자리였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이번 논의 결과를 토대로 내년 제21회 제주포럼에서 보다 심층적인 정책 대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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