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아파트 지하 관통 노선에 "전례 없어" 반발 커져
환기구·지반침하 우려 제기..국토부 "12월 설명회서 소통"
환기구·지반침하 우려 제기..국토부 "12월 설명회서 소통"
[파이낸셜뉴스]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주민들이 3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속철도 노선 재검토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수색-광명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계획 노선이 초등학교와 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것으로 제시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졌고, 이에 따라 정부와 지역 정치권에 직접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상황으로 번진 것이다. 주민들은 지역구 의원 김민석 국무총리에게도 안전 문제 해결을 요구해 왔으며, 이날 집회에서는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지하 관통' 안전성 공방
수색-광명선은 경의선 수색역에서 경부고속선 광명역을 연결하는 총연장 약 24.5㎞ 규모의 신규 고속철도 사업으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 추진 중이다. 현재 국토부는 잠정 노선을 제시한 뒤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은 초등학교와 고층 아파트 하부를 통과하는 터널 구조다. 해당 초등학교는 약 70년 된 옹벽 상부에 세워진 노후 건물로, 주민들은 지반 피로도와 구조 안정성 측면에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고층 아파트 단지 역시 지반침하 가능성과 소음·진동 영향 분석이 공개되지 않아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주민들은 "초등학교와 고층 아파트 하부를 관통하는 구조 자체가 전례가 드물다"며 "터널과 지반 특성, 건축물과의 이격 거리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를 주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주민들은 수개월 전부터 노선 구조와 안전 기준에 대한 설명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구체적인 기술적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모 씨는 "심도 80~100m라고는 하지만 어떤 지반 조건에서 어떤 공법을 적용하는지 안내받은 적이 없다"며 "안전성을 말로만 설명해서는 주민 불신이 해소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기구 설치 문제도 주민 반발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비대위는 "초등학교 정문 앞 어린이보호구역 또는 인근 주택가가 환기구 후보지로 언급돼 있다"며 "유해물질과 소음 배출 가능성이 있는 시설이 통학로 인근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주민들이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면담 과정에서 일부 담당자가 "필요하면 매입도 가능하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를 특정 가구에 전가하는 것일 뿐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안노선 검토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주민들은 여의대방로 우회 등 대체 노선을 제시해 왔지만, 정부 면담에서는 "기술적·경제적 제약으로 현실적 검토가 어렵다"는 설명이 반복돼 왔다고 한다. 전모 씨는 "검토할 수 있다는 말과 실제 반영은 다른 문제"라며 "주민들은 기본 노선이 사실상 확정됐다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12월 중 주민 대상 설명회
이번 갈등은 신길뉴타운만의 사안이 아니다. 동일한 수색-광명선이 지나는 노량진뉴타운 등 다른 구간에서도 주거지 하부 관통 가능성을 둘러싸고 유사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잇단 논란에 대해 국토부는 주민들과 다소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심도가 깊어질수록 지반이 단단해져 안정성이 높아지고, 진동도 국내 관리 기준보다 낮아 일상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다만 주민 우려가 큰 만큼 설명 과정에서 필요한 사항은 계속 확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12월 중 주민 대상 설명회를 한 차례 더 열어 노선 구조와 지반·심도·진동 등에 대해 추가 설명을 진행할 계획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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