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1년..장동혁은 사과 거부
송언석·초재선 등 '계엄 사과' 나서
장동혁은 당심, 송언석은 민심 잡기 투트랙
秋 영장 기각 계기로 반격 이어갈 듯
송언석·초재선 등 '계엄 사과' 나서
장동혁은 당심, 송언석은 민심 잡기 투트랙
秋 영장 기각 계기로 반격 이어갈 듯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이중주'를 구사했다. 당내 투톱이 서로 '비슷하면서 다른' 메시지를 내면서 자성과 투쟁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세운 것이다. 계엄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의 마음을 달래면서도 외연 확장으로 가는 길까지 열어둔 셈이다. 다만, 당의 얼굴인 장 대표가 계엄 사과를 거부한 만큼 계엄과의 단절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원들을 대표하는 장동혁 대표는 계엄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면서, 의원들을 대표하는 송언석 원내대표는 자성의 메시지를 내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당초 장동혁 대표는 이날 계엄 관련 메시지를 두고 수위를 조절하는데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고, 추 의원에 대한 영장까지 기각되면서 정부·여당을 공격하는데 주력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당선된 만큼 계엄 사과를 거부하고 이들에게 소구하는 메시지를 내는데 마음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이날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국민과 야당이 분연히 일어나 (정부·여당에) '레드 카드'를 꺼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심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외연 확장에 앞서 지지층 결집이 우선 돼야 한다는 지도부의 생각이 기저에 깔린 판단이다.
이는 당내에서도 예상하던 수준을 뛰어넘은 강경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장 대표가 올해까지는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 결집에 우선순위를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계엄 사과 거부는 예상 범위 안이었다. 그러나 계엄령 자체에 당위성을 부여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는 의원들도 있다.
추후 지지율 회복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외연 확장을 위한 계엄에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했다. 따라서 송언석 원내대표는 계엄에 대해 사과하는 메시지를 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107명 의원을 대표해 지난 1년의 시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엄숙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들께 큰 충격을 드린 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특히 "상관의 명령에 따라 계엄에 동원됐다는 이유로 내란 가담죄를 뒤집어 쓴 군인, 내란범 색출 명목으로 휴대폰 검열을 강요받은 공직자, 포고령 처단 대상에 적시된 의료인, 계엄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 차례 사과가 있었지만 송 원내대표의 사과가 가장 진일보한 사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송 원내대표는 자성의 메시지를 내는 것이 지도부 간 사전에 조율된 '투트랙 전략'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 원내대표의 사과에 이어 당 초재선·소장파 의원 25명이 사과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역시 12·3 계엄에 대한 당의 넓은 스펙트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역할 분담이라는 것이다. 한 원내 핵심관계자는 "추 의원 영장이 기각되면 이 같은 메시지를 내기로 합의된 것"이라며 "송 원내대표가 사과를 하고, 장 대표가 당원들을 어루만지기 위한 투트랙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는 당원을 대표하는 메시지를 내고, 원내대표는 의원들을 대변하는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장 대표와 마찬가지로 추 의원 영장 기각에 따라 '내란 몰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메시지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 같은 메시지의 숨긴 의도로는 '계엄 사과'라는 뉘앙스의 차이만 있을 뿐, 대여 투쟁에 열을 올려야 한다는 본질적 맥락은 같다는 해석도 있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투톱 메시지의 차이는) 사과한다는 말을 더 넣은 것 뿐"이라고 했고 다른 당 관계자는 "대선을 치른 지 6개월이 지났고, 추 의원의 영장이 기각된 만큼 투쟁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들을 고려했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와 사법개혁안을 강행하는 등 강력한 입법 드라이브가 예고된 만큼 국민의힘은 당분간 계엄에 대한 자성보다는 대여 투쟁에 힘을 모을 전망이다. 그러나 당의 얼굴인 장 대표가 계엄 사과를 거부한 만큼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폭거를 누구도 견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는 반성과 성찰은커녕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식의 또 다른 '계몽령'을 선언했다. 몹시 실망스럽다"며 "당을 폐허로 만든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면 대표의 자격도,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고 꼬집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