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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명 중 1명, 디지털 헬스 활용 어려워..."맞춤형 교육 필요"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14:47

수정 2025.12.03 14:47

국민 4명 중 1명, 디지털 헬스 활용 어려워..."맞춤형 교육 필요"
[파이낸셜뉴스] 걸음 수부터 혈당, 혈압, 수면 등 개인의 건강을 챙겨준다는 디지털헬스 앱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건강 관리가 필요한 계층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3일 삼성서울병원은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 교수와 암환자 삶의 질 연구소 윤정희 교수 연구팀이 디지털 헬스 분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에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란 모바일 앱, 온라인 포털, SNS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건강 관련 정보를 탐색, 이해하고 신뢰도를 평가해 실제 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번 연구의 결론은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은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 관련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41명을 대상으로 55세 미만은 온라인 설문, 55세 이상은 대면 인터뷰하여 진행됐다.

전국 단위로 모집된 패널을 활용했으며, 지역, 연령, 성별에 따라 선별하여 한국 일반 성인 인구의 대표성을 높였다.

조사에는 조주희 교수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평가도구(DHTL-AQ)’가 쓰였다. 해당 도구는 34개 문항을 통해 실제 모바일 앱 활용, 건강정보 검색, 정보의 신뢰성 평가, 비판적 선택 능력 등을 실제 과제 기반으로 점수화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에 따르면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연구 참여자의 전체 평균 점수는 73.8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27.8%(289명)는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역량이 ‘낮음’으로 분류됐고, 평균 점수 역시 31.5점에 그쳤다. 반면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역량이 ‘높음’으로 평가된 사람(72.2%, 752명)의 평균 점수는 90.3점으로 차이가 매우 컸다.

연구팀이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역량이 낮은 그룹을 심층 분석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층이거나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 무직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이 주로 해당됐다.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역량이 낮음으로 평가된 사람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60대 이상(250명)에서 디지털 건강 문해력이 높았던 사람은 55명으로 22%에 불과했다.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역량이 낮은 사람의 경우 건강관련 앱을 찾는 데 19.4%만 성공하고, 17%만 회원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 디지털 헬스로 가는 문턱 조차 넘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서 연령별 분석에서 60대 이상은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에 더욱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노년층이 다른 세대보다 건강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주관한 조주희 교수는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역량 자체에서 격차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고령층과 취약계층에 맞춘 맞춤형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직관적이고 단순화된 앱 설계, 검증된 건강정보 제공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국민 건강정보이해능력 조사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