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반발해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린 뒤 중국 방문객들의 일본 숙박 예약건수가 절반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2월 춘절(설) 연휴를 앞두고 중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지역 경제와 여행업계에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일 보도했다.
일본 숙박 시설 예약 관리 시스텝업체 '트리플라'에 따르면 중국의 일본 여행 자제령 이후인 지난달 21~27일 일주일간 중국 방문객들의 일본 호텔 예약 건수는 직전 주(11월 6~12일) 대비 약 57% 감소했다. 이 기간 예약 기준 평균 객실 단가는 전국 평균 1.1% 상승했다.
숙박업계에서는 12월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이벤트가 많아 객실 단가는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전략을 고민하는 호텔이 상당하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올해 1~10월 기준 중국·홍콩에서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1022만명으로 한국(766만 명), 대만(563만 명)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여행객들이 급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취소를 요구하며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렸고
주일 중국대사관 역시 지난달 26일 일본의 ‘치안 악화’를 이유로 방문 자제를 재차 권고했다. 중국 항공사들은 일·중 항공편 감편을 계속 진행 중으로 이달 중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편 가운데 40% 이상인 1900편 이상이 운휴된 상태다.
전날 중국 관영지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중국 대형 여행 사이트에서 집계한 2026년 1~2월 겨울방학 기간 인기 해외여행지 TOP10에서 일본이 탈락했다. 최근까지 일본은 최상위권 인기 관광지였으며, 10월 황금연휴 당시에도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1위였다.
이같은 움직임에 특히 방문객이 많았던 간사이 지역은 중국 방문객 급감에 대응하지 못해 혼란이 생기고 있다.
교토시 관광협회는 지난달 28일 발표에서 “교토 시내 일부 호텔에서 이미 취소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일 중국인 숙박이 절반으로 줄어들 경우 지난달 객실 점유율은 전년동월 대비 3포인트 감소한 84.4%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사카에서는 충격이 더 크다.
오사카관광국이 최근 20개 호텔을 조사한 결과 12월 말까지 중국인 숙박 예약 중 50~70%가 이미 취소된 상황이다. 지난 10월 오사카 방문 외국인 중 중국인의 비중은 24%에 달한다.
간사이공항 운영사에 따르면 중국-관쿠(간사이) 노선 겨울철 예정 525편 중 12월 2주 차에 348편으로 감소했다.
내년 이후도 평균 28% 감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상 이동도 줄고 있다.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의 히라라항에서는 중국 푸젠성 샤먼 출발 중국 국영 크루즈선이 지난달 20일 입항을 취소했다. 아울러 이달 20일 예정된 상하이발 나하항 입항도 취소했다.
다만 홋카이도는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 방문 증가로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는 평가가 많다.
한편 중국 내 해외여행 수요는 일본에서 태국 및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중국 정부는 우방국인 러시아 여행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중국 여권 소지자에 대해 러시아 단기 체류 비자를 면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중국 외교부 린젠 부대변인은 다음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국민들이 비자 면제를 활용해 멋진 러시아 여행을 떠나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양국 간 교류 확대 의지를 보였다.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비자 면제 발표 후 러시아행 항공편 검색량이 급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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