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CCTV 수천번 돌려 '찾았다 요놈'… 범인 걸음걸이만 봐도 압니다 [넘버112]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18:19

수정 2025.12.03 18:32

곽민규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수사팀장
지하에서 생긴 범죄 지상까지 쫓아
한 팀당 매년 1000여개 사건 처리
곽민규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수사팀장
곽민규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수사팀장
"지하에서 범죄가 일어났어도 지상 끝까지 쫓아가죠."

곽민규 서울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수사팀장(경감·사진)은 3일 범인 검거를 위해 폐쇄회로TV(CCTV) 수백대를 뒤지고 새벽 잠복근무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하철경찰대라 해서 역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움직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곽 경감은 올해로 5년째 지하철경찰대 수사팀을 이끌고 있다. 지하철경찰대 수사팀은 지하철 안에서 발생한 성범죄, 절도, 점유이탈물횡령 범죄 등을 수사한다. 총 4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수역, 종로3가역, 왕십리역, 당산역에 팀을 둔다.

해당 역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전역에서 발생한 지하철 범죄를 다루고 한 팀당 1년에 약 900~1000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지하철 범죄 수사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게 핵심이다. 곽 경감은 "일반적으로 성범죄는 은밀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쉬운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지하철에선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가운데 혼잡함을 무기 삼아 벌어진다"고 밝혔다.

범죄 특성상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찰나에 범죄가 일어나면 범인을 식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면식범에 의한 범행이 아닐 때는 피해자도 범인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주변 상황을 비롯해 각종 범죄 정황을 파악하고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곽 경감은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하고 그 범인이 어떻게 범행했는지를 신속하고 신중하게 알아내야 한다"면서 "피해자의 일관되고 신빙성 있는 진술과 CCTV 자료, 목격자 진술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하철경찰대의 가장 큰 강점은 CCTV 추적 능력이다. 수사관들은 역마다 설치된 CCTV를 일일이 살피곤 한다. 만일 역사가 혼잡하거나 환승 통로가 많으면 추적해야 하는 CCTV 개수도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 보존 기한이 만료돼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속한 신고가 수사의 성패를 가른다.

곽 경감은 오랜 시간 공들여 수사한 만큼 범인을 검거했을 때의 보람도 크다고 한다. 그는 "범인을 검거하려고 CCTV를 얼마나 돌려볼 것 같냐"면서 "실제 범인을 검거하기까지 CCTV를 몇천번 돌려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하도 많이 반복해서 보면 걸음걸이만 보고도 범인이라는 것을 자동으로 알아차리기도 한다"면서 "영상으로만 보던 범인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너무 반갑다"고 덧붙였다.

지하철경찰대의 활약으로 지하철 범죄는 감소 추세를 보인다. 본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서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하철 1~9호선에서 일어난 성범죄는 956건, 절도는 637건이다.
지난 2023년(1230건, 885건)에 비해 각각 22.3%, 28.0% 감소한 수치다.

곽 경감은 지하철이 '천만 시민의 발'로서 안전한 공간이 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예방하고 검거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기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 점을 각인하고 싶다"고 전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