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도입 확정 등의 성과는 특정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 나아가 국민 전체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며 성과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정작 국민들은 어떤 이익을 받게 될지 아직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글로벌 협상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없는 철저한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으로 체결된다. 이재명 정부의 한미 관세협상 타결도 마찬가지다. 한미 간 합의로 이재명 정부 기간에 쏟아부어야 할 대금은 거의 600조원에 육박한다.
우선 한미 관세협상 타결의 대가로 향후 5년간 3500억달러(514조원)의 대미투자가 이뤄진다. 또한 안보분야에서 한국이 지급해야 할 금액도 83조원에 달한다.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액 250억달러(약 34조원), 주한미군 포괄적 지원액 330억달러(48조원)와 함께 방위비분담금(SMA)은 별도(2026년 1조5192억원)로 구분됐다.
우리 정부는 국방비를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액하는 데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체적 금액은 명시되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공급을 약속한 GPU 26만장도 물론 공짜가 아니다.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초도물량인 1만3000장의 GPU를 공급받았고, 대금으로 추가경정예산 1조4600억원을 집행했다. 민간 공급물량까지 합치면 최소 수십조원대의 외화가 추가로 투입된다.
피 같은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한미 협상의 '득과 실'을 면밀히 따져보고 싶은 게 국민들 심정이다. 정부는 세수 부담을 걱정하는 국민들을 충분히 더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단 안보분야 지급액에 대해선 그동안 예정된 것과 연계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대미투자금의 경우 관세 인하에 따른 상쇄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협상의 질적 내용도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도 좋은 조건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공급받게 될 26만장의 GPU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부족인 상황에서 단일 국가에 대한 최대 규모 우선 공급이라고 한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아직 깔끔하게 매듭짓지 못한 후속 협의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도 낮춰야 한다. 안보분야의 최대 성과 중 하나인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은 미 의회라는 산을 한 번 더 넘어야 한다. 핵 연료 조달을 위해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절차도 남아 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필리조선소 내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고집하면 난항이 예상된다. 외교전선에선 언제 돌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자동차 관세율은 소급 적용해 일단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민감품목(농산물, 철강 등)과 관세인하 폭·일정에 대한 세부 조율이 남아 있다.
미국의 거센 압박 속에서 한미 협상 타결을 위해 고생한 이재명 정부와 기업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온 국민이 같다. 그럼에도 아직 후속 실무협상들이 남아 있는 만큼 조속한 대미 협상력 재정비가 필요하다. 한미 협상 실무진에 대한 격려와 칭찬은 짧게 마무리하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미 협상의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시기상조다.
rainman@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