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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의힘 계엄 사태 사과, 이제 통합으로 나아가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19:45

수정 2025.12.03 19:45

李대통령 "반성한다면 포용해야"
여야 정쟁 멈추고 화합 앞장서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엄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엄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12·3 계엄 사태 1년을 맞은 3일 이재명 대통령은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재발의 여지가 없다면 용서하고 화합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초·재선을 주축으로 한 의원 25명도 국민 앞에 사과했다.

우리는 계엄이 비록 당시 야당의 '입법폭주'에서 기인했다 하더라도 시대착오적 오판이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의힘 송 원내대표가 1년 만에 사과다운 사과를 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국민의힘은 이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정통 야당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여야 정치가 균형을 이룰 수 있고,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된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사과문에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를 강성 지지자들도 이해하고 동의해야 한다.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떨어진 이유는 당내 분열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제1 야당으로서 거대여당에 맞서려면 내부 분열을 극복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계엄 사태 이후 1년 동안 우리는 나라 전체적으로도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었고,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지만,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이 대통령이 말한 정의로운 통합은, 통합이 돼야 하나 계엄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단죄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계엄 사태에 대한 특검 수사는 상당히 진척되었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 잘못이 있고 죄가 있다면 처벌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정의와 민주주의의 회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야당도 사과했으니 정치권은 수사와 재판을 특검과 사법부에 맡기고 더 이상 분열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진정한 통합과 화합을 위해 정치권이 먼저 화해하고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종식시키지 못하면 혼란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고 민생은 피폐해질 것이다. 그것은 국민이 절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진상규명과 단죄가 필연적인 절차라고 해도 그 과정이 길어지면 통합은 그만큼 멀어질 수 있다.

경제는 여전히 안갯속이고,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거의 전쟁 상황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 국민이 힘을 합쳐 난국을 넘고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과거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는 눈앞의 시급한 과제를 해결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자칫 한국의 위상이 뒷걸음칠 수 있는 것이다.

재삼 강조하지만 정치권부터 정쟁을 거두고 손을 맞잡기 바란다. 여당은 힘을 앞세운 독주를 이제 멈춰야 한다. 야당을 다시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제압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사법부 권한 침해도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을 해치는 일이다.

어느 때보다 정치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부흥하느냐, 아니면 나락으로 떨어지느냐의 갈림길에 놓인 시기다.
통합은 다시 서기 위해 가야 할 길이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이 솔선수범해서 갈라진 나라가 어우러지도록 앞장서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