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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정건전성 강화 계획 없다"는 OECD의 지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3 19:45

수정 2025.12.03 19:45

"재정적자가 GDP 4%를 넘어설 것"
한국에만 없는 재정준칙 제정 시급
OECD가 한국의 재정 문제와 관련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래픽=연합뉴스
OECD가 한국의 재정 문제와 관련해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준칙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래픽=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재정 문제와 관련해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OECD는 2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소폭 낮추면서 재정관리 실태에 대한 경고를 내놓았다. 법인세 수입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재정적자가 향후 수년간 국내총생산(GDP)의 4%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OECD는 단기 지원이 장기적 재정 누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하면 단기적으로 가계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는 있지만 고령화로 구조적 지출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나라살림의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OECD는 공공재정을 지속가능한 경로로 되돌리겠다는 초당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여야 정치권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국제기구는 최근 들어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잇따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회복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 회복 이후에는 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해 재정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입을 확충하고 지출을 효율화하는 노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중기재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재정 상황은 여러 지표에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내년 728조원 규모의 국가예산이 확정되면서 재정적자는 107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GDP 대비 3.9% 수준으로 건전재정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3%'선을 크게 웃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에 처음 50%를 넘어선 뒤 2029년에는 5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비기축통화국의 마지노선인 6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단기 경기부양 효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재정운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향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출에서 약 27조원을 줄였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삭감하기 쉬운 재량지출만 감축할 것이 아니라 매년 6% 이상 증가하는 의무지출에 대한 속도조절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매년 천문학적인 불용예산이 발생하는 교육교부금 등 조정이 필요한 분야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정적자 규모에 한도를 설정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재정적자 폭을 GDP의 3%로 제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확장적 재정기조 속에서 법제화에 실패했다.
현재 37개 선진국 가운데 재정준칙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하는 재정준칙을 우리만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재정 만능주의를 방치한다면 미래 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 부담을 떠넘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