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쿠팡, 수년간 中서 개발 인력 채용 정황 드러나.."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4 07:33

수정 2025.12.04 07:46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으로 쿠팡 플랫폼 뒤에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개발 인력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나 쿠팡은 "다양한 국적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으나 직원들의 국적 분포를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외국인 개발자 채용 현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중국에서 뽑은 IT인력들, 베이징·상하이에서 근무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판 링크트인으로 불리는 '마이마이'에서 최근 수년간의 쿠팡 관련 채용 게시물들이 올라와 있다.

또한 헤드헌터 또는 동종 IT 업계 종사자로 보이는 이들이 '쿠팡에 추천해주겠다'며 올린 게시글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추천자들은 초과 근무 없음, 유연한 근무 시간, 재택근무 옵션, 다양한 혜택, 안정적인 연말 보너스, 높은 기본 급여, 낮은 경쟁률, 충분한 연차 휴가, 보충 주택 기금, 상업 의료 보험 등을 쿠팡 근무의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었다.

올해 4월 올라온 추천 알선 글에는 쿠팡이 채용하는 직군을 수석 또는 일반 백엔드 엔지니어·데이터 과학자·시니어 제품 관리자·수석 통역사 등으로 분류하고 근무지를 베이징, 상하이, 서울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킨 전 직원은 인증 시스템 개발자였다고 쿠팡은 밝힌 바 있는데, 이 가운데 그가 속했던 직군이 있었는지 등은 쿠팡 내부의 업무 배치 및 팀 구조를 모르는 상황에선 단정하기 어렵다고 IT 업계는 설명했다.

쿠팡 이커머스 시스템, 미국 아마존보다 중국 알리바바 닮아

쿠팡이 중국인 개발자를 대거 채용한 데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를 꼽는 시각도 있지만, 쿠팡이 채택한 이커머스 시스템이 미국 아마존보다 알리바바·징동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와 닮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성격이 강한 아마존과 달리 쿠팡은 물건을 직매입해 자사 창고에 넣고 배송까지 아무르는 수직 계열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아마존 방식은 트래픽 처리, 상품 추천 알고리즘,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적 연결에 집중하는 IT 시스템인 반면 쿠팡이나 징동은 거대한 물리적 자산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창고 및 배송 관리에 보다 최적화된 차이가 있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한국보다 앞서 대규모 물류 자동화를 경험한 중국 개발자가 인건비도 낮고 쿠팡이 원하는 개발 시스템을 더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쿠팡이 비교적 짧은 시간 급격히 사세를 확장하면서 이용자 정보 보호 부분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업태에 따라 특정 국가 개발자를 선호할 수 있겠지만, 중국은 국가 배후 사이버 침해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국가인데 개발의 상당 부분을 맡겼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