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령화가 빨라지고 질병 예방·건강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보험회사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지만, 의료법 규제로 인해 성장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백경희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보험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보험회사 헬스케어 사업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규제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보험사 헬스케어가 발전하려면 의료행위와 비의료 서비스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건강관리 활동 시 보험료 할인 △대학병원 진료·검진 예약 대행 △간호사 병원 동행 △간호사 1:1 상담 △질병 위험도 예측 △전문의 상담 연결 등 다양하다.
헬스케어는 넓은 의미의 건강관리이며, 운동이나 식습관, 체중 감량과 같은 일상적인 건강관리와 질병의 진단, 치료, 관리까지 포함한다.
문제는 이러한 서비스 상당수가 ‘의료행위인지 아닌지’ 경계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비의료기관이 제공 가능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올바른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상담·교육·훈련 등 의료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은 행위'로 정의한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는 의료적 판단과 비의료적 조언의 경계가 불분명해 분쟁 소지가 있다.
의료법은 ‘영리 목적 환자 유인행위’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보험사가 고객 요청에 따라 병원 예약을 도와주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특정 의료기관을 지정하거나 대가가 오갈 경우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보험사가 특정 의료기관과 연계해 금품이 오가면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전화·채팅·화상 등으로 의사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 역시 원격의료 제한 규정과 충돌할 수 있다. 한국은 의료인이 의료기관에서만 진료하도록 하는 ‘의료기관 개설주의’를 유지하고 있어 보험사의 일부 상담 서비스가 법적 위험을 안고 있다.
반면, 해외 주요국은 규제를 풀며 디지털 헬스케어를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보험사와 연계한 원격진료·처방이 자유롭고, 의료기관·약국·보험사 간 건강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일본은 고령화 대응을 위해 원격의료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독일은 ‘디지털 건강 애플리케이션(DiGA)’을 공식 의료서비스로 인정해 건강보험이 비용을 지원한다.
백 교수는 "금융당국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서비스의 활성화를 추진해왔으나 현행 의료법 규제로 인해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했다"며 "미국, 일본, 독일,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보험회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거나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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