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쓰러진 여학생 선뜻 돕지 못했다"…씁쓸한 경험담에 '공감' 댓글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4 13:54

수정 2025.12.04 14:32

응급처치 교육을 받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파이낸셜뉴스 DB
응급처치 교육을 받는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파이낸셜뉴스 DB

[파이낸셜뉴스]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학생을 도와준 한 시민이 온라인에 올린 씁쓸한 경험담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성추행범으로 몰릴까봐" 적극 못 도와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지난 2일 한 네티즌이 지하철 4호선 사당 방향 열차를 타고 약속 장소로 이동하던 중 지하철 객차 안에서 경험한 일을 올렸다.

해당 글을 올린 A씨는 "이날 대공원역(에 도착하기 전) 부근에서 한 여학생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쓰러진 사람이) 남학생이었다면 바로 갔겠지만, 여학생이라 선뜻 손을 대기 어려워 망설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의식불명이나 실신한 여성을 구조하려던 남성들이 성추행범으로 오해 받은 사례들이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여성 승객이 쓰러진 여학생에게 다가가 '괜찮으시냐'고 수차례 의식 상태를 확인했고 또 다른 시민은 119에 신고해 구조를 요청했다.



A씨는 "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한 30초 정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가가 눈동자를 보니 정신이 있는 듯해 말을 걸었고 가방과 옷을 벗어서 베개로 만들어 머리를 기대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학생이 반응을 보이는 걸 확인한 A씨는 역에서 내려 다른 여성 승객에게 학생을 벤치로 옮겨 달라고 부탁한 뒤 역무원과 119가 올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A씨는 "약속에 15분이나 늦었지만, 오늘은 착한 일 하나 했다"면서도 "요즘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저런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지 못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만드는 하루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후) 119가 부모님과 통화했고 병원으로 이동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아 잊고 지내려 한다"고 마무리했다.

"사람 도우려해도 의심받을까 걱정하는 세상" 댓글

사연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에도 응급 구조 상황에서 괜한 오해나 법적 분쟁을 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전히 세상은 따뜻하다", "그래도 도와줘서 다행이다" 등 칭찬의 글도 있었지만, 공연히 발생할 오해를 언급하며 "구조되신 분이 신고 안 하는 거로 마무리될 때까진 안심하지 말라"는 씁쓸한 댓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사람을 도우려 해도 괜히 의심받을까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 예전에 차에서 기절한 와이프를 구해줬더니 남편이 성추행으로 고소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난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언급했다.

이밖에도 "쓰러진 사람의 다리를 갑자기 너무 높게 들어 올리게 될 경우 쇼크를 받을 수도 있다"거나 "경련이나 간질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함부로 억지로 잡거나 누르지 말아야 한다" 등의 응급 대처법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구호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일명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라 불리는 이 법은 응급처치를 하다 손해를 입힌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면책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면책 대상이 응급처치 등 의료 행위에만 국한되는 데다 위험한 상황에서 타인을 반드시 도와야 할 법적 의무도 없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