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우리는 유령이에요. 아무도 우리한텐 관심 없어요."
4일 오전 홈플러스 울산 북구점 입구에 '12월 28일부터 영업을 중단합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이 안내문을 여러 번 확인했다.
매장에 입점해 있던 약국, 미용실, 사진관, 패스트푸드점 등은 흰 천막으로 가려진 채 영업 종료를 알렸다.
이곳 1층 식품 매장에서는 직원들이 남은 물품을 확인하고 있었고, 2층에선 '고별 행사'를 끝낸 업체 직원들이 텅 빈 매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입점업체 점주 A 씨는 "그저께 뉴스를 통해 영업 종료 소식을 들었다"며 "6개월은 더 버티려고 했는데 그 소리를 들으니까 날벼락"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노조원이나 정직원은 그만두면 실업급여도 있고 다른 매장으로 갈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그냥 빈손으로 나가야 한다. 이대로 대책 없이 내버려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업체 본사와 계약을 맺은 A 씨는 그간 한 달 매출 일부를 수수료 형태로 받아 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번 홈플러스 폐점으로 당장 일터를 잃게 됐다.
바로 옆 의류 매장 점주 B 씨도 "입점 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차례로 나가기 시작했다"며 "처음 폐점 소식이 나왔을 때부터 미리 계약해 나간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B 씨는 "정치권에서 '폐점 보류' 플래카드를 걸면서 약간 기대했지만, 2층 매장 전체에 외부 땡처리 업체가 들어오고부터는 폐점을 사실상 예측하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매장에서 일하던 청소 노동자 4명도 폐점 후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들 모두 홈플러스의 외주 업체와 고용 계약을 맺었다.
5년 차 청소노동자 김모 씨(70대)는 "뉴스 나오기 전까지 몰랐다"며 "우리는 정직원이 아니라서 아파트 청소 같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달 1일 노조 측에 영업 중단 방침을 알리고, 다음 날인 2일 언론 보도 후 전 직원 대상 설명회를 가졌다.
홈플러스 측은 "거래조건 복구와 납품 정상화가 지연되면서 납품 물량이 줄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고정비가 계속 발생하면서 현금흐름과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울산 북구점 정직원 80여명은 중구점과 동구점으로 전환 배치되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5명가량은 내년 1월 말까지 근로 계약을 맺고 있어 본사와의 추후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울산 북구점 노조 관계자는 "현재 용산 대통령실 앞 단식투쟁에 참여 중인 노조원들이 있어 추후 마트 측과 면담을 통해 고용 승계와 전환 배치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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