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4일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중립금리'에 대해 "앞으로 조금 더 범위를 좁힐 수 있게 된다면 적절한 시점에 공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책금리를 최종적으로 어디까지 올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우에다 총재는 이날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중립금리에 대해 "현재는 상당히 넓은 범위로밖에 추정할 수 없는 개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에다 총재는 그동안 중립금리가 "1~2.5% 정도의 범위에 분포한다"고 설명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다음 금리 인상 시에 "중립금리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에다 총재는 18~19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겠다"라고 이미 밝힌 상태다. 현재 정책금리는 0.5%이며 다음 인상에서는 0.75%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행이 이번에 금리인상에 나서더라도 현재 중립금리 하한인 1%에는 미치지 못해 금융 환경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중립금리의 범위가 좁혀지거나 하한이 상향될 경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립금리에 대한 일본은행의 판단을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이번달 뿐 아니라 내년에도 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악사자산운용의 키무라 류타로 선임 전략가는 "금리 인상의 최종 종착지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예상에 일본 장기 국채 금리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도쿄 채권시장에서 신규 발행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45%포인트(p) 오른 1.935%을 기록했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18년 반 만에 최고치다.
같은 날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인 3.44%까지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 17년 만의 최고치인 1.01%까지 상승한 데 이어 이날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 재무성이 이날 실시한 30년 만기 국채(88회 리오프닝) 입찰에서 투자수요가 강하게 나타나자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1.895%까지 상승폭이 줄었지만 매수세가 일단락된 뒤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이날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최저 낙찰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응찰액을 낙찰액으로 나눈 응찰 배율은 2019년 5월 이후 약 6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내각이 18조3000억엔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장기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은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기 위해 11조7000억엔의 신규 국채 발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 2024년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재임 당시 발행 규모의 1.7배에 달한다.
한편 일본 장기국채가 오르면서 미국 장기국채와의 금리 격차가 좁아지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은행의 매파적 금리 인상과 미국의 실망스러운 경제지표가 겹치면서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졌고 이로 인해 글로벌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당시 닛케이 지수는 하루에만 12% 넘게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전면적 시장 붕괴’가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 선임 채권 전략가는 "미일 금리 격차 축소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줄이지만 2024년과 같은 구조적 청산이 반복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대신 엔화 강세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질 경우 국지적 변동성과 선택적 디레버리징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연금, 생명보험,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니사) 투자 등 자금 흐름이 해외 자산 보유를 떠받치고 있어 대규모 자금 회귀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