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상장 종목 109개 예상…전년比 26.4%↓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 활황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었다. 강화된 IPO 제도 도입과 벤처 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올해 신규 상장 종목 수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100개로 집계됐다. 이달 말까지 9개 종목이 추가 상장 예정으로, 총 109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148개)과 비교하면 39개(26.4%) 줄어든 수치다.
특히 스팩 상장이 크게 줄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신규 상장된 스팩은 16개에 그쳤다. 2021년 24개 2022년 45개, 2023년 37개, 2024년 40개에서 급감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다. 공모를 통해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하고, 상장 후 36개월 안에 비상장기업과 합병해 투자수익을 챙긴다.
지난 7월 주관사 책임 강화와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를 골자로 IPO 제도가 개편되면서, IPO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새로운 규제가 도입된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과 주관사들이 '관망모드'에 들어갔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바뀐 규정에 따라 주관사는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의 40%(올해까지는 30%) 이상을 의무보유확약 한 기관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때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은 뒤에도 일정 기간 보유하겠다고 하는 자발적 약속이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 코스닥의 성장세가 주춤했던 영향도 컸다. 신규 종목 대부분이 코스닥을 향하지만, 코스피 대비 코스닥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유인 요소가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벤처 중소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IPO 전 단계인 벤처 투자 생태계도 최근 몇 년간 얼어붙어 있었다"며 "IPO 물량도 부족했고, 코스닥 부진으로 투자자 모집에도 어려움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새로운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코스닥 시장이 반등에 나선 만큼 IPO 시장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상장한 종목들이 흥행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 상장일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에임드바이오(12월 4일 상장) 300.00% △미래에셋비전스팩9호(12월 1일 상장) 66.75% △삼성스팩12호(11월 28일 상장) 51.50% △아로마티카(11월 27일 상장) 149.00% 등으로 집계됐다.
이 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장이 좋으면 상장 첫날 급등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닥이 잘돼야 IPO 시장에 훈풍이 불고, 그 밑단에 있는 벤처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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