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종전안을 들고 모스크바에 찾아온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등 미국 대표단과 5시간의 회담 끝에 내린 결론은 "아직 타협안을 찾을 수 없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보좌관 브리핑) 는 것이었다.
미국은 '푸틴도 종전을 원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고 회담 결과를 포장했지만, 러시아는 대내외 정세상 지금이 우크라이나를 한층 더 몰아붙이기 적기라고 보는 분위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측근들의 잇단 부패 스캔들로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전시 체계 그의 '오른팔' 격이던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격 사임했고 신임 협상 대표인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안보국방위원회(NSDC) 서기도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CNN 방송은 "푸틴은 군사적 측면에서 느리지만 부인할 수 없이 이기고 있다"며 "젤렌스키는 국내적으로 '절름발이' 신세"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미국과 유럽의 갈등에서 비롯된 외교적 압박과 지원 감소 또한 우크라이나의 전선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빠른 합의에 걸리적거리는 유럽을 배제한 채 종전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도 호재로 파악했다. CNN은 "푸틴은 역사가 가져다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미국이 러시아에 평화를 간청하는 기회를 얻었다"며 "이 과정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에 더 나은 결과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위기에 처한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가 계속 흘러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처지가 다르다. 그를 겨누는 반부패 수사도 여론을 신경 써야 할 중간 선거도, 자리를 넘겨야 할 후계자도 없다.
BBC 방송은 "푸틴 대통령은 적어도 지금 당장은 평화 합의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현재 테이블에 올라온 합의안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매체는 푸틴이라는 폭주하는 차량도 지속적인 연료 공급이 필요하기 마련이라며 "가장 큰 물음표는 언제 어떤 식으로 경제적 우려가 러시아의 전략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4~5일 인도를 4년 만에 국빈 방문해 방위·에너지 협력 확대를 논의한다. 인도는 러시아산 에너지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미국의 관세 압박에 처해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페트르 토피치카노프 선임연구원은 일간 가디언에 "러시아가 정상적 국제관계로 복귀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러시아는 더 이상 정치적 고립 위험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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