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대통령실

'소년공 출신' 李대통령 "韓산업 중심엔 현장 노동자·기술자"

조은효 기자,

성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4 19:04

수정 2025.12.04 19:04

'무역의날' 산업역군 90여명과 오찬
포니 개발 주역 등 1세대 노고 치하
"처절하게 일한 덕분에 산업화 달성"
"일하다 죽는 일 없도록 정부가 총력"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 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영상 시청 후 박수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무역의날(12월 5일)을 맞아 조선·자동차·섬유·전자·기계·방산·해운 등 우리 경제 발전에 헌신해 온 산업 역군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산업 역군 초청 오찬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영상 시청 후 박수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무역의날(12월 5일)을 맞아 조선·자동차·섬유·전자·기계·방산·해운 등 우리 경제 발전에 헌신해 온 산업 역군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무역의날을 하루 앞둔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산업·수출 주역 90여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산업·민주화 성취의 중심에 현장 노동자와 기술자가 있었다고 강조하며 산업화 1세대의 노고를 기렸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후원으로 열린 이번 오찬은 산업화 1세대의 기여를 재조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경제계를 대표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참석자들에게 "다 우리 함께 어려운 고개를 넘어온 동지들 아니겠느냐"면서 "정말 성실하고 영민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현장에서 처절하리만큼 열심히 일한 덕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성취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부모 세대와 여러분이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공부하고, 소 팔고 밭 팔고 논도 팔아서 자식 교육을 시킨 결과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강국으로 평가받게 됐다"고 했다.

해외 순방에서 느꼈던 소회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문화적 역량과 지난해 12월 3일 이후 민주주의 회복 과정도 전 세계가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그 근저에는 산업·경제 역량이 있고, 이 경제력을 뒷받침한 과학기술·제조·산업 역량이 우리 힘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미싱 시다·재단사를 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산업현장과의 접점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저도 미싱 시다를 잠깐 했고, 미싱 원재료를 재단하는 재단사 일도 해봤다"며 "미싱사들이 원래 많이 졸아서 손톱 위를 미싱 바늘로 찍히는 장면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어 "미싱할 때 왜 그렇게 졸리느냐"고 묻자 참석자가 "타이밍이 안 맞아서"라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맞다. 그런 타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도 사업자와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굵직한 이정표를 세운 인물들이 참석했다. 1973년 포스코 1고로 첫 쇳물을 생산한 이영직씨, 최초 국산차 '포니' 개발 주역 이충구씨, 구로공단 1세대 미싱사 강명자씨, 선박 도장기술을 대물림해 온 백종현·백승헌씨, 지상 화기 17종 국산화에 기여한 박정만 명장 등이 자리했다. 초고속 D램 개발, 전기차 배터리 상용화, 세계 초대형 인프라 건설, 초대형 선박 시운전 등 첨단·수출 산업 분야의 핵심 주역들도 함께해 산업세대 전반을 아우르는 구성이었다.

이 대통령은 산업재해 문제도 비중 있게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왜 산업현장에서 죽는 사람이 많은지 다른 선진국보다 비율이 높은지 걱정된다"며 "요즘도 1년에 1000명씩 죽어간다. 매일 떨어져 죽었다, 끼어서 죽었다, 졸다가 죽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고 말했다. 또 "대형 사업장은 줄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오히려 늘었다"며 "일하다 죽는 일은 최소화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경제가 하향곡선에서 바닥을 찍고 상향으로 돌아섰지만 이 정도 회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새로운 기회를 공정하게 나누는 성장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기여한 만큼 몫을 보장받는 공정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오찬에서는 기업 지방 이전 지원, 부품 수리비·교육훈련 장비 도입비 등 재정지원 요청, '산업박물관' 신설, '국제기능올림픽 유치' 등 산업계 관심 제고방안이 제시됐다. 행사에 참석한 손경식 경총 회장은 "대한민국이 산업·수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철강, 조선, 자동차를 비롯한 주력 제조업과 전자,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의 현장에서 묵묵히 우리 경제의 기틀을 세운 산업 역군들의 땀과 기술, 그리고 헌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수출이 국민경제의 희망"이라고 언급하며 산업계의 공헌을 재차 강조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조은효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