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의견 제대로 반영 안돼"
공론화위 결정 과정 두고 반발
논란속 온라인에 협박글 올라와
학교측 래커 제거 행사 등 연기
공론화위 결정 과정 두고 반발
논란속 온라인에 협박글 올라와
학교측 래커 제거 행사 등 연기
4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교문 앞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청테이프로 붙인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학생들은 대자보 위에 '여성 중심 교육 환경이 계속 지켜져야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붙여 두었고 교내 건물엔 래커로 쓴 '공학 반대'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는 글이 남아 있었다.
앞서 동덕여대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지난 2일 학교 홈페이지에 '공학전환 공론화 결과에 따른 권고안'을 게시하며 공학 전환을 공식 권고했다. 동덕여대는 권고안 결과를 수용해 2029학년도부터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전날 오후 총장 명의로 발표했다.
동덕여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공학 전환에 대한 8000 동덕인 의견 조사'를 오는 5일까지 사흘간 진행하고 있다. 중운위는 "총장 입장문에 대한 학생들의 수용 여부는 학생 총투표 결과에 달려 있다"며 "투표를 통해 모인 의견을 총장과 대학 본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여주기식 민주주의 결과는 공학강행'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던 한 재학생은 "공학 전환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아니면 기권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남녀공학 전환 추진을 권고한 공론화위 숙의조사에 학생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구성원보다 학생 수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학생 의견이 과소 대표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정문에는 "공론화위원회에서는 교직원 1명의 의견이 학생 23명의 의견과 동등하게 취급됐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공론화위는 지난 2일 학생·직원·동문·교원 4개 주체에서 12명씩 뽑아 총 48명을 대상으로 꾸린 숙의기구 토론 결과 공학 전환 찬성 의견이 75.8%였고, 여대 유지 의견은 12.5%, 유보는 11.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공론화위 권고안의 강제성은 없으며 공학 전환 여부는 총장의 최종 승인으로 결정된다.
학교 측은 공론화위의 의견 수렴 과정과 구조는 학생들과 합의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와 숙의기구의 인원·구성 방식에 대해선 학생들의 동의를 받았다"면서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안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단위의 의견을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반영하기 위해서 마련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남녀공학 전환을 논하기 전에 학생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재학생 A씨는 "올해 초에 한 건물 천장이 뜯어져서 물이 쏟아지는 일도 있었고 한 지인은 교수가 없어서 휴학하기도 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남녀공학 전환부터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돼 있던 캠퍼스 래커 제거 행사와 재학생 시위는 동덕여대를 겨냥한 흉기난동 예고글이 올라옴에 따라 잠정 연기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동덕여대를 대상으로 한 위협성 글이 올라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중앙 동아리 연합 '민주없는 민주동덕'은 공지를 통해 "학교 측에서 진행하려던 래커 제거 행사가 잠정 연기됐다"며 "같은 시각 예정돼 있던 교내 시위도 안전을 위해 연기한다"고 언급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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