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보험사, 자산운용 의존도 커지는데 투자처가 없다…규제 완화 '절실'

뉴스1

입력 2025.12.05 05:40

수정 2025.12.05 05:40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4조 83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이 3조 60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20.9% 감소한 반면, 투자손익은 2조 7719억 원으로 19.4% 증가했다. ⓒ 뉴스1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4조 83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이 3조 60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20.9% 감소한 반면, 투자손익은 2조 7719억 원으로 19.4% 증가했다. ⓒ 뉴스1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생명보험사의 자산운용 의존도가 커지고 있지만, 대형사를 제외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투자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생보사의 국공채, 주식 투자 이익은 크게 증가했지만, 이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빅3'에만 집중됐다. 같은 기간 중소형 보험사의 자산운용이익 증가세는 크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사의 장기·실물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보사 3분기 투자이익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자산운용 의존도 높아져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생명보험사의 순이익은 4조 83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줄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이 3조 60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20.9% 감소한 반면, 투자손익은 2조 7719억 원으로 19.4% 증가했다.

생보사 투자이익는 유가증권의 국공채와 주식 증가가 이끌었다. 올해 생보사 유가증권 투자이익은 683조 67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공채는 349조 8834억 원으로 6% 증가했고, 주식은 60조 345억 원으로 무려 28.9% 급증했다.

국공채의 경우 대형 생보사를 중심으로 이익이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국공채 이익은 98조 75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47조 3116억 원으로 10.6%, 교보생명 39조 6477억 원으로 8% 증가했다. 생보업계 '빅3'로 불리는 이들 생보사의 국공채 비중은 53.1%다.

국공채는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안전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장기투자가 가능하지만 수익률이 낮다. 최근 금융당국의 '듀레이션갭' 규제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국공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종관찰만기 30년 확대 적용을 오는 2035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내년부터 듀레이션갭 규제를 경영실태평가 중 금리리스크 평가항목 지표로 추가해 규제를 강화한다. 최종관찰만기 확대와 듀레이션갭 규제는 '부채-자산 관리'가 핵심인데, 부채 관련 규제는 유예됐지만, 자산 관련 규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내년 도입되는 듀레이션갭 규제로 보험사는 장기투자 확대를 통해 듀레이션갭을 줄여야한다. 하지만 고수익의 장기 투자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 투자이익의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평가이익 상승 영향이 크다. 삼성생명의 주식투자 규모는 51조 70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9% 증가했다. 전체 생보사의 주식 투자액 중 삼성생명의 비중은 무려 86.1%에 달한다.

이 기간 생보사 회사채 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회사채 이익은 58조 9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회사채 역시 대형 생보사들은 이익이 증가했지만, 중소형 생보사의 회사채 이익이 줄었다. 환율상승 등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미루거나 축소했고, 이로 인해 보험사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 대출채권과 부동산 이익은 감소했다. 지난 9월말 기준 생보사 대출채권은 105조 98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고, 같은 기간 부동산 투자이익은 10조 6282억 원으로 3% 줄었다.

대출채권은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으로 2금융권까지 규제가 확대되면서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이익 감소는 해외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자산 가치 하락 및 자산 축소 정책 등 구조적 변화 영향이다.

생보사 운용자산 756조원, 수익률은 고작 3.4%…"투자처가 없다"

보험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포화와 고령화, 저출산, 불황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보험영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본업인 보험이익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투자이익의 의존도는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와 규제 등으로 투자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생보사의 운용자산수익률은 3.4% 수준으로 운용자산이 756조 9467억 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 및 투자처 확대를 위래 자산운용 비율 규제 폐지 또는 완화, 비상장 주식 장기 보유 주식으로 분류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일 '보험업권 생산적 금융 활성화 세미나'를 열고 정부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추진에 발맞춰 장기투자자로서 보험업계가 수행해야 할 역할과 향후 투자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보험업계 역할 및 해외사례'를 주제로 발표한 노건엽 보험연구원 실장은 "국내 보험산업은 자본규제, ALM 등 구조적 제약이 있지만, 해외 주요국은 솔벤시Ⅱ 개정, 매칭조정 등을 통해 보험사의 장기·실물투자를 촉진하고 있다"며 "파생상품 기반 ALM, 헤지회계 확대와 정책펀드 위험자본 완화, 장기보유주식 요건 개선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보험업권이 실물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핵심 투자주체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