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60대 노모는 31년간 돌본 아들을 왜 죽였을까 [사건의 재구성]

뉴스1

입력 2025.12.05 06:02

수정 2025.12.05 06:02

ⓒ News1 DB
ⓒ News1 DB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아들이 죽었어요."

지난 2023년 11월 23일 아침,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 남편이 외출한 사이 31년간 치열한 돌봄의 끝이자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다.

60대 아내 A 씨는 안방 장롱 속에 있던 넥타이와 넥워머, 스카프를 갖고 거실에 누워 있던 30대 아들에게 향했다.

아들은 엄마의 손끝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쓰러진 아들 옆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A 씨는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발견됐고 살인 혐의로 재판장에 섰다.

A 씨는 31년간 돌본 아들을 왜 살해했을까.

숨진 아들은 선천성 심장병과 청각 장애, 면역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아들은 소화 기능이 어려워 음식을 제대로 못 먹거나 자주 토했다.

A 씨는 몸이 아픈 아들을 보살피면서 그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일을 병행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A 씨의 보살핌에도 아들의 건강은 나빠져만 갔다. 1년 중 100일 이상을 입원해야 했던 아들은 A 씨에게 점점 짐이 됐다.

아들을 돌본 지 31년이 지나자 A 씨 나이도 어느덧 예순을 넘었다. 허리 통증으로 요양보호사 일까지 그만두자 A 씨는 우울증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사건 당일 새벽 아들이 구토하는 모습을 본 A 씨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에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A 씨는 아들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했다.

A 씨는 범행 전에도 아들과 함께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들은 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베란다 난간을 꼭 붙잡아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1심 재판부는 살해 혐의로 재판에 선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녀가 장애를 갖고 있거나 그 인생이 순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자신 또는 자녀 처지를 비관해 자녀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스스로 자책하고 있고, 범행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었다"며 "가족들은 피고인의 노고와 고통을 이해하면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간병에 지쳐 환자를 살해하는 '간병 살인'은 2006년부터 2023년까지 형사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것만 총 228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간병 살인을 사회적 책임으로 보고 돌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