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돈 안주려 신약 허가 일부러 늦췄나"…BMS, 67억달러 소송에 발목

뉴스1

입력 2025.12.05 06:20

수정 2025.12.05 06:20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가 옛 셀진 주주들로부터 제기된 약 67억 달러(약 10조 원) 규모의 소송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신약 허가를 일부러 늦춰 주주들에게 줘야 할 돈을 떼먹었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 법원이 재판을 계속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의 제시 퍼먼 판사는 1일(현지시간) BMS가 낸 소송 기각 신청을 일부만 받아들이고,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원고 측이 계속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소송을 제기한 UMB 뱅크는 옛 셀진 주주들을 대신해 BMS를 상대로 재판을 이어가게 됐다.

소송의 출발점은 2019년 BMS의 셀진 인수다.

당시 BMS는 셀진을 약 803억 달러(약 120조 원)에 사들이면서, 기존 주주들에게 일종의 '성과 보너스'인 성과연동권(CVR)을 나눠줬다. 셀진이 개발하던 3개 신약이 정해진 기한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 CVR 한 장당 현금 9달러를 추가 지급한다는 약속이었다.

대상 약은 △림프종 항암제 '브레얀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오자니모드'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아베크마' 3종이다. 이 약들이 제때 허가됐다면 주주들이 받을 수 있던 돈이 모두 합쳐 약 67억달러로 추산된다.

대표적으로 브레얀지는 2021년 2월 5일 FDA 승인을 받았는데, 이는 계약상 CVR 마감일보다 5주 늦은 시점이었다. 기한을 넘기면서 CVR이 자동으로 무효가 된 탓에 주주들은 추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

UMB 뱅크는 BMS가 계약상의 '성실한 노력'(diligent efforts)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회사가 일부러 승인 절차를 늦춰 마감일을 넘겼고, CVR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조기 상장 폐지해 보유자들이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BMS는 규제·절차상 이유로 허가가 늦어졌을 뿐이며 약속대로 노력했다고 맞서고 있다.

퍼먼 판사는 이번에 24쪽짜리 결정문을 통해 UMB가 CVR 보유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설령 노력이 부족했다 해도 계약상 큰 위반은 아니다"라는 BMS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퍼먼 판사는 브레얀지 승인 지연과 CVR 상장폐지가 계약 위반이자 '성실·신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배심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BMS에는 3주 안에 이에 대한 공식 답변서를 내도록 했다.

이번 결정으로 BMS는 당분간 10조 원 규모의 법적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막대한 배상금이나 합의금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인수·합병(M&A)에서 자주 쓰이는 CVR의 설계·운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