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탕·계란말이 도시락…화Ⅱ·지구Ⅰ 선택
"영어 때문에 만점 기대 안해…선생님 덕분"
"응급의료 같은 일선에서 일할 의사 되고파"
[서울=뉴시스] 구무서 정예빈 기자 = "시간을 정해두고 공부하진 않았어요. 하고 싶을 때 했죠. 수업 시간에 잠만 자지 않아도 점수를 올릴 수 있어요."
5일 서울 광진구 광남고에서 만난 왕정건군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 과학탐구에서는 화학Ⅱ와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당초 수시 진학을 준비했던 왕군은 수능 만점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부모님이 싸주신 갈비탕과 계란말이 도시락을 들고 차분한 마음으로 고사장에 들어섰다고 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특히 영어가 어렵게 출제됐다.
왕군 역시 "영어 때문에 수능 만점을 받을 것 같다는 느낌은 없었다"면서 "생소한 용어가 나온 지문이 있었는데 답 2개가 모두 맞는 것 같아서 찍다시피 했다"고 했다. 또 "국어는 생소한 판소리 지문이 나와서 그 부분은 어려울 수 있었는데, 나머지는 기출을 많이 풀어봐서 괜찮았다"고 말했다.
왕군은 중학교때도 성적이 우수했지만 자율형사립고 등 특수목적고등학교 대신 일반고등학교인 광남고를 선택했다. 공부는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데, 통학거리가 길면 학업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왕군은 "선생님들이 교수님들처럼 수업을 잘 해주신다.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관도 배울 수 있었다"며 "(학원이나 과외를) 적당히 했지만 학교 선생님들 도움이 더 컸다"고 했다.
수능을 앞둔 지난 8월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을 해야 했다. 그는 "부모님, 친구들, 선생님이 많이 응원해주셨고 어떤 친구는 힘내라고 모바일 기프티콘도 보내줬다"며 "병원에서도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해줬다"고 했다.
왕군은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 아닌 응급의료 분야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분들을 돕고 싶었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분쟁 등을 보면서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공부를 해봐야겠지만, 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법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공부하려고 했다"며 "학교 수업 시간에 자지만 않으면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남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능 만점자를 배출했다. 최재일 광남고 교장은 "스터디 카페 형태로 자율 학습실을 많이 만들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선생님, 학부모, 지역사회 모두 열정적으로 함께 해주신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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