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여권이 내란 사건을 전담하는 법관을 별도로 선발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속도를 내면서 외려 심리가 진행 중인 내란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법권 침해에 따른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주요 피고인이 위헌성을 따지는 절차를 진행하면 본 재판이 중단될 수가 있어서다.
5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재판부 설치법과 법 왜곡죄 신설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의석이 과반인 현실을 고려하면 이달 내 공포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내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되고 있고, 재판이 편향돼 공정성과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안이 도입되면 '최장 1년 이내 선고'를 정한 내란 특검법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재판소가 법안 위헌성 심사에 돌입하면 재판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내란 특검법은 관련 사건 재판기간에 대해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1심 6개월·2심 3개월·3심 3개월(6·3·3)로 구체적인 시한을 정하고 있다.
하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이 심리 중인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이미 10개월 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이 도입되면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시스템을 침해했다며 주요 피고인 등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수 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제청하면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헌재에 헌법소원과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법도 있다. 헌재가 본안에 앞서 가처분을 받아들여도 재판은 진행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지난 9월 특검법이 입법부가 행정부 권한인 수사권에 개입해 권력분립 원칙을 침해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고, 헌재에 별도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10월에는 특검법의 재판 의무 중계 조항과 플리바게닝(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제도)도 위헌이라며 위헌심판을 또 신청했다. 두 신청 모두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도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헌재가 심리에 나설 경우 기존 재판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가 1월 또는 2월까지 반드시 사건을 종결, 선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내란전담재판부법을 통과시켜서 재판이 중지되면 국민들의 염원에 역행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