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2심에 불복해 상고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 민성철 권혁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2017~2018년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정부 부처별 산하 공공기관 인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했다는 내용으로, 국민의힘이 2019년과 2022년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월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에게 주무 부서 국장과 통일부 차관을 통해 반복적으로 사직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지난달 28일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이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다고 본 1심과 달리 2심은 "조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서 (손 전 이사장과) 면담한 차관과 국장은 직접적으로 '사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본인들이 손 전 이사장의 사직을 요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하 공공기관 임명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장관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의 명시적 승인 또는 묵인이 없었다면 차관이 국장이 독자적으로 이러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조 전 장관이 명시적·직접적으로 사직을 요구했다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사정을 모아보면 조 전 장관도 사직 요구를 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1심은 장관에게는 인사권이 없어 직권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데, 이사회 구성에 장관으로서 관여할 수 있는 권한 등에 비춰보면 이사장 해임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며 "거취 표명 수준의 요구였다면 차관이 한 번 얘기한 뒤 물러날 생각이 없다면 물어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조 전 장관이 직접 전화하는 등의 사직 요구가 직무 본래 수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직 요구와 손 이사장의 사직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조 전 장관 측 주장에 대해서는 "손 전 이사장은 차관과 국장으로부터 연이어 사직 요구를 받아 시기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조 전 장관이 직접 전화까지 하게 돼, 시기를 늦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해서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진술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법령을 준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자율 경영, 책임 경영을 보장하는 취지를 비춰봤을 때 비난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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