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세정 임세원 기자 = 정청래 대표가 강하게 추진해 온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5일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정 대표의 속도전에 대한 불안감과 대의원을 겸하고 있는 중앙위원들의 조직적 견제가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당무위원회가 전날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사실상 확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중앙위원들의 선택은 달랐다. 정 대표가 당원주권 강화를 위해 내건 핵심 과제가 좌초됐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3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안에 대한 중앙위원 표결을 진행했다.
투표에는 중앙위원 총 596명 중 373명이 참여해, 271명(45.5%)이 찬성했다. 반대는 102명이다. 중앙위에서 안건이 의결되려면 재적 위원 과반(299명) 찬성이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 공천 개편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방식을 기존 상무위원회 투표에서 권리당원 100% 투표로 순위를 정하도록 하고, 지선 단체장 경선에 나서는 후보자가 5인 이상일 경우 예비경선을 실시하는 내용의 안건 역시 재적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 표결 결과는 정 대표에 대한 사실상 경고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 대표의 속도전과 일방통행에 부담을 느낀 중앙위원들이 투표 불참과 반대를 통해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당원 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해도, 충분한 설득과 조율 과정이 생략됐다는 불만이 누적돼 표심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또한 표결에 참여한 중앙위원 중에선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재적 과반이라는 의결 기준을 넘지 못한 것은 조직 내부의 신중론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당의 권한 구조를 대의원 중심에서 권리당원 중심으로 급격히 전환할 경우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제기됐고, 이러한 구조적 부담감이 표심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직 안정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투표 불참률이 37%가 넘었고, 참여자 중에서도 반대표가 20%를 넘었다는 점은 단순한 신중론을 넘어선 정치적 계산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표면적으로는 제도 개편에 대한 우려가 강조됐지만, 실제는 당내 세력 구도에 대한 판단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친청(친정청래)계와 친명(친이재명)계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당내 역학 구도를 둘러싼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1인 1표제가 관철됐다면 정 대표의 조직 장악력이 강화되는 만큼, 이번 부결은 이러한 흐름에 대한 조직적 견제라는 평가다. 정 대표의 방향성과 속도에 대한 이견, 나아가 '연임용 사전 작업'이라는 의구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고, 논의 과정을 통해 여러 걱정을 해소하고, 조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수정안까지 만들어서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부결돼 매우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중앙위원들의 뜻이 어디 있는지 잘 살펴서 후속 조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공천 규정 변경안까지 함께 부결됐다는 점도 지도부에 부담으로 남는다.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선출 방식 변경, 예비경선제 도입, 청년·장애인 가산점 조정 등 공천 시스템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조 사무총장은 "각자 좀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당내 합의를 새로 끌어내야 하는 만큼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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