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해구제' 침묵한 채 '웰컴백' 쿠폰…"대체불가 쿠팡이 고객을 대하는 자세" [쓸만한 이슈]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6 16:00

수정 2025.12.06 16:00

2차 피해 의심…모르는 폰으로 로그인하거나 스팸 문자·전화
'고객 피해 예방 매뉴얼' 없는 쿠팡…고객들이 직접 문제 해결
SNS·온라인 카페, 고객센터 역할…질문 올라오면 정보 공유
쿠팡의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지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쿠팡의 대규모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지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 유심정보 해킹으로 SK텔레콤 매장 앞에 오픈런하며 분통을 터뜨렸던 그 때의 수고가 고마울 지경이다. 추가 피해 막도록 무상으로 유심을 교체해 준 게 어디냐.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지난 11월 29일 3370만건에 달하는 대규모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걸 공지한 뒤 사실상 침묵에 들어갔다. 피해 고객에게 부적절한 표현을 써가며 문자 메시지 하나 보내고 홈페이지에 대표 명의 사과문을 올린 게 전부였다.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거 커지면서 이탈 움직임까지 나오는데 쿠팡은 여전히 '남의 일'인 양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현안 질의 때 뿐이었다.



외국어 문자…해외 접속

'개인정보 유출 통지에 자주 묻는 질문'이라며 올린 쿠팡 게시물은 홈페이지에서 마우스를 한참이나 내려야 만날 수 있다(왼쪽). 홈페이지 가장 아래 공지사항(사진 오른쪽 위)을 누르면 보이는 게시물 속 내용은 '2차 피해는 없다'는 내용 일색이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개인정보 유출 통지에 자주 묻는 질문'이라며 올린 쿠팡 게시물은 홈페이지에서 마우스를 한참이나 내려야 만날 수 있다(왼쪽). 홈페이지 가장 아래 공지사항(사진 오른쪽 위)을 누르면 보이는 게시물 속 내용은 '2차 피해는 없다'는 내용 일색이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쿠팡 가입자들은 정보 유출 소식을 접한 뒤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탈퇴들 하고 있나, 당황스러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상담사 말들이 똑같다. 대본 보고 읽는 듯"이라는 내용의 글들이 많았다.

현재 쿠팡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고객'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인다. 쿠팡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위해 모인 카페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은 쿠팡의 안일한 태도를 성토했다.

지난달 29일 쿠팡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통지 자주 묻는 질문(FAQ)'부터 불친절했다. 먼저 공지사항을 보려면 마우스를 끝까지 한참 내려야 했다. 공지사항에 들어가서 본 내용은 더 불친절했다. 일문일답 형식의 이 글은 공식 발표한 내용과 다를 게 없었다.

특히 '유출 대상자가 취해야 할 조치'를 묻는 질문엔 "쿠팡이 피해 방지를 위해 조치를 취했으므로 고객님께서 추가로 조치하실 사항은 없다", "고객님의 카드 정보 등 결제정보 및 패스워드 등 로그인 관련 정보는 유출이 없었음을 확인했으며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한가한 답변만 내놨다.

"추가적인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도 "현재까지 2차 피해는 보고된 바 없다. 다만 이번 상황을 악용한 쿠팡 사칭 전화, 문자 메시지 및 기타 연락에 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추가 문의를 하라며 "전화번호는 쿠팡 고객센터고 "문의량이 급증해 연결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쿠팡의 '한가한' 대응과 달리 최근 피해가 의심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경북 포항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29일 사용한 적도 없는 300만원이 카드로 결제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하루 뒤 쿠팡으로부터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는 문자 통지를 받으면서 300만원이 결제된 해당 카드가 쿠팡에 등록돼 있다는 게 생각났다.

쿠팡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해외에서 온 문자메시지와 피싱 전화로 분류된 통화 목록을 캡처한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쿠팡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해외에서 온 문자메시지와 피싱 전화로 분류된 통화 목록을 캡처한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모르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쿠팡 계정에 접속했다거나 외국어로 문자를 받았다는 경험담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미국에 있는데 11월에 제가 모르는 안드로이드 기기로 한국에서 접속된 기록이 나온다"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외국어로 메시지가 적힌 문자 메시지를 캡처해 올렸다.

쿠팡 사건을 이용해 스미싱 문자나 피싱 전화를 받았다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을 뻔한 쿠팡 스미싱'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은 쿠팡 대표번호로 온 아르바이트 구인 문자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성자인 A씨는 "쿠팡에서 왜 새벽에 문자를 보내나 했다"며 문자를 받았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A씨는 쿠팡 고객센터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피싱 위험이 있는 URL로 파악되니 클릭하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 쿠팡도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피해자끼리 묻고 답하는 '이상한' 광경

자신의 쿠팡 계정으로 누군가가 접속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온라인에 공유한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자신의 쿠팡 계정으로 누군가가 접속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온라인에 공유한 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2차 피해를 우려하는 고객들은 피해 예방에 직접 나섰다. 특히 오픈채팅방은 쿠팡도 하지 않는 고객센터가 됐다.

가령 "쿠팡에 등록된 (집) 주소 어떻게 지우냐. 주소지 관리만 나온다"는 질문이 올라오면 방법을 아는 누군가가 "주소록 관리 누르면. 내 주소 밑에 수정 누르면 맨 밑에 '삭제'가 있다"고 답을 주는 방식이다.

쿠팡에 등록된 결제 카드나 해외에서 구매할 때 필수인 통관번호는 '재발급'을 제안했다.

네티즌은 "카드사에 근무하고 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오면 사용한 카드는 불법복제의 우려가 있어서 사용을 정지시킨 뒤 재발급받는다. 쿠팡은 결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사용 정지 후 재발급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통관번호와 관련해서도 SNS에 “직구할 때 필수인 통관번호가 유출되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쿠팡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통관번호를 새로 받는 게 좋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쿠팡 앱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자신의 쿠팡 계정으로 로그인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다. 설정 메뉴에서 '보안 및 로그인'에 들어가면 접속 기록이 나오는데 자신이 접속한게 아니라면 로그아웃해야 한다.

집단 소송에 나설 경우 증빙자료 확보 요령도 공유됐다.

또 다른 네티즌은 "쿠팡에서 안내 받은 유출 사과 문자, 이메일, 아이피 내역, 스팸 문자/전화 폭증, 계정 로그인 이력, 개인통관번호 재발급, 불안함으로 인한 진단서 등을 부가 증거로 제출 가능할 수 있다"면서 "지난 9월 국가정보원 화재로 전산이 다운됐을 때 우체국 예금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손배상 민원이 들어왔을 때도 실질적인 피해 증명 자료를 제출해야 배상이 가능했다"고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게시물도 있었다. 사진 속 장소는 한글 간판이나 버스 등이 영락없이 한국이다. 이곳을 배경으로 '날짜'가 적힌 메모지를 손에 든채 찍은 사진이다.

게시물 작성자는 "(다른 나라에서) 계정 로그인 된 이력을 봤다. 그 나라에 있지 않고 한국에 있다는 걸 인증하기 위해 날짜를 적은 메모지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부터 피해 보상까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 고객이 나선 셈이다.

여전히 쿠팡은 침묵 중

복잡한 절차 때문에 힘겹게 쿠팡 탈퇴에 성공했다고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왼쪽)과 대비되게 쿠팡 홈페이지엔 탈퇴 후 돌아온 회원이나 신규 가입 회원에게 쿠폰을 제공한다는 광고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쿠팡 홈페이지
복잡한 절차 때문에 힘겹게 쿠팡 탈퇴에 성공했다고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왼쪽)과 대비되게 쿠팡 홈페이지엔 탈퇴 후 돌아온 회원이나 신규 가입 회원에게 쿠폰을 제공한다는 광고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쿠팡 홈페이지

이처럼 쿠팡의 관리 소홀로 정보가 유출됐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갔다.

통관번호 재발급부터 난관이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고객들은 끝없이 기다려야 했고 온라인엔 “통관번호 바꾸려 했는데 사이트가 느려 터졌다”, “서버가 터졌나? 안 열린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2일 한때 통관번호를 바꾸려는 이들이 몰려 ‘국가관세종합정보시스템 서비스’ 누리집은 한때 접속 자체가 안 되기도 했다.

쿠팡에 등록된 카드를 삭제하고 신규 카드를 발급받은 고객들도 번거로운 작업이 필요했다. 주민세 등 세금이나 통신사 요금 등 삭제된 카드와 연결된 결제 내역을 신규 발급한 카드로 바꿔야 했다.

쿠팡 탈퇴를 진행하는 데도 애를 먹어야 했다. 모바일 앱에선 회원정보 수정 메뉴로 들어간 뒤 PC버전으로 이동, 비밀번호 재입력, 이용내역 및 소멸 헤택을 확인한 뒤 주관식으로 설문조사 작성 등 총 6단계를 거쳐야 탈퇴 신청이 완료됐다. '와우 멤버십' 회원 탈퇴는 더 복잡했다.

'탈퇴 성공'을 인증하는 사진을 공유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로그인하기 전 쿠팡 홈페이지엔 어의없는 게시물이 전면에 배치됐다. 탈퇴 후 돌아온 회원이나 신규 가입한 회원들에게 '쿠폰'을 지급한다는 광고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 남동일 부위원장에게 "쿠팡의 회원 탈퇴 절차에 대해 불공정한 행위는 없었는지 면밀하게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 사이 소비자들의 쿠팡 이탈 조짐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5일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일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780만451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일 역대 최대 일간 이용자 1798만8845명보다 18만명 이상 급감한 수치다.

쿠팡의 탈퇴 방법 등을 모색하기 위해 앱이나 웹에 접속하는 소비자들이 일시 급증했다가 나흘 만에 감소세로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책임도, 피해도 모두가 고객이 지고 있는 상황인데 쿠팡은 여전히 침묵 중이다. 지난 2일 쿠팡 측에 '피해 최소화를 위한 고객 매뉴얼' 유무를 물었지만, 별도의 답은 없었다.

대신 문자로 "지난 2일 박대준 대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참석해 '2차 피해를 불안해하시는 분들의 의견이 고객서비스로 들어와서 별도 이메일 공지로 더 상세한 내용과 사과문을 보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는 메시지만 보내왔다.


국회에서 밝힌 공지도 일주일이 지난 6일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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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