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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이상한 냄새"…여행 간 70세女, 온수욕조서 사망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6 07:20

수정 2025.12.06 07:20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70세 생일을 기념해 가족 여행을 떠났던 한 여성이 온수욕조를 이용한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사망 원인을 두고 시설 관리 과실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2020년 2월 7일 폴렛 크룩스(70)가 딸들을 포함한 가족 10명과 함께 와이트섬의 태프넬 팜 휴가용 코티지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가족은 그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숙소를 대여했으며, 도착 직후부터 온수욕조를 여러 차례 이용한 사실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딸들의 증언에 의하면, 해당 욕조에서는 퀴퀴하고 불쾌한 냄새가 났으며, 물의 색깔 또한 점차 탁해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여행 셋째 날에는 물이 연한 녹색을 띠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온수욕조 사용 후 급성 폐렴 진단


여행에서 귀가한 뒤 폴렛은 어지럼증과 구토 등 전신 증세를 보였고, 2월 16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으며, 이틀 뒤에는 치료를 목적으로 유도 혼수상태에 돌입했다. 진단 결과는 레지오넬라균 감염으로 인한 레지오넬라증이었다.

폴렛은 3월 8일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겪은 후 결국 사망했다. 유족은 귀가 직후 코티지 측에 이메일을 통해 "부실하게 관리된 온수욕조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결과"라고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시설 관리 부실 의혹, 당국 조사


환경보건팀은 2월 19일 현장을 찾아 레지오넬라 검사를 시작했으나, 해당 욕조에서는 명확한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동일 부지에 있는 다른 온수욕조에서 수질 불량 지표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단체는 최종적으로 해당 시설에 대한 기소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족 측에 전달했다.

온수욕조 청소 및 관리자는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문제는 없었으며,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보고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이 가족의 숙박 기간 동안 매일 수질을 점검했다는 주장을 고수했으나, 검시관은 실제 점검 여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딸 데니스 스콧은 "도착부터 떠날 때까지 아무도 수질 검사를 하러 오지 않았다"고 말하며 시설 측의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을 공개했다.

가족은 각기 다른 시간에 깨어 있었으므로, 만약 담당자가 욕조에 접근했다면 가족이 데려온 반려견이 짖어 즉시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머레이 검시관은 배심원단에게 "폴렛이 실제로 현장에서 감염되었는지, 그리고 그 감염이 사망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검시는 최대 2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레지오넬라증의 위험성 및 감염 경로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균이 호흡기를 통해 폐로 침투하여 발생하는 급성 세균성 폐렴이다. 이 균은 자연 환경의 물속에도 존재하지만, 인공적인 급수 및 배수 시스템에서 훨씬 용이하게 증식한다. 특히 장기간 사용되지 않은 온수관, 샤워기, 냉각탑, 분수, 스파 및 온수욕조와 같이 따뜻한 물이 고여 있는 환경에서 균의 농도가 높아진다. 감염은 사람 간 전염이 아닌, 오염된 수증기나 물방울을 흡입할 때 발생한다.

잠복기는 통상 2일에서 10일이며, 초기에는 미열, 권태감, 근육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어 진단이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고열, 오한, 기침, 호흡곤란, 흉통을 동반한 폐렴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중증으로 악화될 경우 산소포화도가 저하되어 중환자실 치료가 요구되며, 면역 저하자, 고령자, 만성 질환자에게서 특히 치명률이 높게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패혈증,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신부전 등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초기 대응이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온수 시설 관리의 중요성


레지오넬라균이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는 온도는 20도에서 45도 사이로, 이는 통상 가정이나 숙박시설의 온수탱크, 욕조, 샤워기 수온과 일치한다. 스파와 온수욕조는 물이 계속 순환하고 가열되는 특성상, 관리 기준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경우 세균이 급속도로 증식할 수 있다.

염소 농도 감소, 여과장치 고장, 장시간 방치 등은 즉각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물 밖으로 퍼지는 미세한 물안개에 균이 함유되어 있다면, 호흡기 노출만으로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공중보건 관점에서 레지오넬라증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성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여러 보건당국은 온수탱크의 고온 유지(60도 이상), 주기적인 소독, 물 정체 방지, 사용 전 충분한 배출 및 세척을 주요 예방 원칙으로 제안한다.

특히 요양 숙박업소, 병원, 헬스케어 시설과 같이 건강 취약 계층이 방문하는 장소는 정기적인 수질 모니터링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온수욕조나 스파는 구조적으로 위험성이 높으므로, 국제 보건 가이드라인에서도 가장 엄격한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