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리는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이 열린 워싱턴 DC 케네디센터에 모습을 드러내자, 행사장의 공기는 한순간에 ‘정치와 축구의 이례적 충돌’로 달아올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 FIFA 평화상 수상자로 낙점됐다는 관측이 돌자 그는 “아직 통보받은 건 없지만, 받게 된다면 큰 영광”이라며 특유의 여유 섞인 자신감을 드러냈다. 소문만으로도 무대를 장악하는 그의 존재감은, 이날 축구보다 더 큰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는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나란히 입장하며 사실상 ‘축구판의 VIP’ 지위를 과시했다. 이미 미국 내 정치무대에서 절대적 논란의 중심이 돼온 그가, 이제는 국제축구연맹의 신설 평화상까지 거론되며 월드컵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언제나처럼 논란을 동반했다. ‘미군의 베네수엘라 타격 계획이 평화상의 취지에 맞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곧바로 “나는 8개의 전쟁을 끝냈고, 9번째(우크라이나)를 맞이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평화상과 군사행동이 같은 문장 안에 공존하는 것도 오직 트럼프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월드컵 공동 개최국 정상들과의 만남 가능성도 언급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의 회동은 국제정치와 월드컵 흥행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상징적 장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장 논쟁적이었던 대목은 미국 내 경기 개최 도시의 치안 문제였다.
일부 도시의 불안정성이 지적되자 “도시를 바꿀 생각은 없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은 트럼프는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갈 때까지 해결하면 된다”고 밀어붙였다. 결국 LA와 워싱턴 DC에 주방위군을 투입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내년 경기 개최 도시에도 병력 배치 가능성을 사실상 시사한 셈이다. 월드컵 역사상 치안을 이유로 군 투입을 예고한 정상은 전무하다.
이날 행사장에서 트럼프는 “월드컵 티켓 판매는 이미 역대 기록”이라며 인판티노 회장을 향해 “축하한다”고 웃어 보였다.
평화상 논란부터 군 투입 가능성, 정상 외교까지. 트럼프가 등장한 순간, 케네디센터는 단순한 추첨식이 아니라 ‘정치·권력·스포츠가 교차하는 거대한 무대’가 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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