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갈증을 국제축구연맹(FIFA)이 부분적으로 풀어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FIFA는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안겨줬다. FIFA 평화상은 이번에 처음 제정됐다.
트럼프에게 상을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상 수상식에서 자신의 삶에서 “매우 큰 영광 가운데 하나”라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3국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친밀도가 크게 높아졌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FIFA는 동영상에서 트럼프가 인도와 파키스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분쟁을 비롯해 여러 국제 분쟁 종식을 지원했다고 ‘평화상’ 수여 배경을 설명했다. 동영상은 트럼프가 전 세계 평화 추구를 위한 행동을 직접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평화상 수상식은 월드컵 조 추첨 행사가 열린 워싱턴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 예술 센터에서 열렸다.
케네디 센터는 트럼프가 지난 2월 이사들을 내쫓은 뒤 자신이 이사장으로 취임한 곳이다.
트럼프는 FIFA 평화상 메달을 목에 걸고 인판티노 회장과 함께 연단에서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수백만, 그리고 또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그는 인판티노가 월드컵 티켓 판매를 성공적으로 해 냈다고 추켜세웠다.
이날 조 추첨식에 참석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트럼프의 평화상 수상식을 지켜봐야 했다.
인판티노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트럼프 추어올리기에 진심이다. 트럼프가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끌었다며 노벨 평화상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베네수엘라 여성 야당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상을 줬다.
인판티노는 트럼프를 ‘가까운 친구’라고 부르며 그와 친분을 강조하고 있고, 백악관과 트럼프 자택인 마러라고도 자주 방문했다. 또 뉴욕 트럼프 타워에 FIFA 사무실도 새로 열었다.
비평가들은 FIFA의 이 상을 트럼프에게 아첨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한 전직 FIFA 관계자는 평화상은 FIFA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FIFA는 이 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심사위원이나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미 도시의 보안 비용 지원을 위해 연방 예산으로 6억2500만달러를 지원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독일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과 할리우드 스타 케빈 하트가 공동으로 진행했고,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남성 밴드 ‘빌리지 피플’의 공연도 있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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