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강서연 기자 = 지난 7월 4일 오전 8시쯤 누군가 서울 영등포구의 A 씨(35·여)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는 A 씨의 남편 B 씨에게 약 6000만 원을 빌려줬던 지 모 씨(49)였다. A 씨는 지 씨와는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이날 지 씨는 자신의 여동생을 대동한 채 이른 시간부터 A 씨의 집을 찾았다. A 씨가 문을 열어 이들을 집 안으로 들인 순간, 지 씨의 협박이 시작됐다.
돈을 돌려받지 못한 지 씨가 여동생과 함께 B 씨 집에 찾아가 B 씨와 그 가족들을 상대로 협박해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로 모의했던 것이다.
집 안에 들어온 지 씨는 A 씨에게 부재중인 B 씨를 데려오라며 돈을 받을 때까지 있겠다는 취지로 계속해 머물렀다. 그는 A 씨를 향해 "너는 어디 가지도 못한다. 너 어디 가면 내가 따라갈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 씨는 그의 여동생으로 하여금 근처에서 소주와 과자를 사 오도록 하고, 이를 취식하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해 "엄마 보증금 다 빼. 여기서 살자. 여기 시원하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B 씨와의 통화에서는 위협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지 씨는 B 씨에게 "오늘 돈 받아낼 것이니 나타나라"며 "여기 마누라도 있고 애들도 있네. 요즘 세월은 50만 원만 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등 협박을 이어갔다.
현행법은 채권추심자가 채권추심과 관련해 채무자 또는 관계인을 폭행·협박·체포 또는 감금하거나 그에게 위계나 위력을 사용해 채권 추심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김주완 판사는 지난 11월 6일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지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들은 상당한 두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범행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서 "피고인은 법정에서 더 이상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접근하지 않고 법에 따라 채권을 추심할 것을 다짐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