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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백신자문위, 신생아 B형간염 접종 권고 34년만에 폐기

뉴스1

입력 2025.12.06 15:12

수정 2025.12.06 15:12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신생아 대상 B형간염 백신 보편 접종 권고를 사실상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ACIP는 1991년부터 34년 동안 유지해 온 모든 신생아에 대한 B형간염 백신 접종 권고를 폐기하는 안을 8대 3으로 가결했다.

새 권고안은 B형간염 바이러스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거나 감염 상태를 알 수 없는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에게만 출생 직후 접종을 권고한다.

음성 판정을 받은 대다수 산모의 신생아는 부모가 의료진과 상의해 접종 여부를 개별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출생 직후 접종하지 않을 경우 첫 접종은 생후 2개월 이후에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이번 결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ACIP는 백신 회의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해 초 기존 위원들을 모두 해임하고 새로 임명한 인물들로 구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표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매우 좋은 결정"이라는 글을 올리며 환영했다.

미국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 최대 의사 단체인 미국의사협회(AMA)는 성명을 내고 "수십 년간의 공신력을 훼손하는 무모하고 비과학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40개 이상의 주요 의료·환자 단체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이 더 많은 소아 B형간염 감염을 유발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반대 목소리는 집권 공화당에서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은 "간 전문의로서 볼 때 이번 결정은 명백한 실수"라며 CDC 국장이 이 권고안을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위원회 측은 B형간염 음성 산모의 신생아 감염 위험이 낮고 보편 접종을 하지 않는 다른 선진국과 정책을 맞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모 검사가 100% 정확하지 않은 데다 가족 내 다른 감염원을 통해 신생아가 감염되는 '수평 감염'의 위험을 간과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