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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왜곡죄' 신설에 우려되는 사법부 독립성[법조인사이트]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6:32

수정 2025.12.07 16:32

민주당 지난 4일 법 왜곡죄 신설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 발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기준 모호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연합뉴스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법관의 법 집행에 형사 처벌을 가할 수 있는 '법 왜곡죄'의 신설과 법원의 인사권 등에서 벗어난 특별 재판부인 '내란전담재판부'의 설치 등을 담은 법률안이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단독 의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조계에선 특히 법 왜곡죄의 경우 권력자 등에 대항할 수 있는 독립성을 상실시켜, 법 집행이 권력자 등 특정 세력의 입맛에 따라 이뤄질 수 있게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4일 통과된 형법 개정안에는 법 왜곡죄가 신설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관과 검사, 사법경찰 등이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하거나 사실관계를 현저히 잘못 판단해 법을 왜곡해 적용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잘못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 범죄사실 묵인 등의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우려의 의견을 개진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구성요건 관련해서 명확성의 원칙에 조금 반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며 "왜곡의 정의가 조금 불분명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여기서 명확성의 원칙은 형벌법규의 경우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 법적 결과인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의 법리다. 권력자 등에 의해 법률이 자의적으로 해석돼 형사 처벌 등이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박승서 변호사 등 전직 대한변호사협회장 9명과 김정선 변호사 등 전직 한국여성변호사회장 4명 역시 "법 왜곡죄는 증거해석 왜곡, 사실관계 왜곡, 법령의 잘못된 적용 등 추상적 개념을 처벌 요건으로 삼는다"며 "법 왜곡죄는 사법권 침해를 넘어, 판·검사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고소·고발 남발과 정치적 사법 통제를 불러올 위험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 왜곡죄의 도입이 논의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처벌 대상에 법관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그 대상이 검사와 사법경찰 등 수사기관의 종사자로 한정돼있다. 하지만 지난 3월 7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하고, 지난 5월 1일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지난 5월 13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법 왜곡죄의 처벌 대상에 법관을 포함하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조계에선 이같은 법 왜곡죄가 법관들을 정치에 휘말리게 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판사도 한 인간인 만큼, 판결이 특정 세력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되는 순간, 보편타당하면서도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장판사는 "판사들로 하여금 외부의 눈치를 보게 만들 수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