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연말에 조정하는데 보류 상태…협상 불확실성 커져
새벽배송 금지 논란·근로환경 문제·정보유출 대응까지
삼중고 쿠팡, 배송단가 협상도 '올스톱'…"더 떨어질라" 우려도통상 연말에 조정하는데 보류 상태…협상 불확실성 커져
새벽배송 금지 논란·근로환경 문제·정보유출 대응까지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쿠팡에 악재가 쌓여가면서 연말에 이뤄지는 배송단가 협상이 사실상 멈췄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년 연말께 진행되던 쿠팡 배송 단가 협상이 올해는 택배 사회적대화기구 운영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겹치며 전면 보류된 상태다.
택배 사회적대화기구는 현재 이커머스(전자상거래)·택배업계의 새벽배송, 야간배송 등 노동환경 전반을 검토 중이다.
쿠팡의 야간·새벽배송 단가와 운영 구조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개별 회사·지방자치단체·물류업체 간 단가 협상이 사실상 불가하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사회적대화기구에서 배송 방식과 시간대 기준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결론 없이 단가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전체 시장 단가 체계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매년 연말 대리점들과 협상을 통해 배송단가를 결정해왔다. 단가는 물량 증감, 배송 난이도 변화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물량이 많으면 단가는 낮아지고, 물량이 적으면 배송지역이 넓어져 단가가 오르는 방식이다.
일반 택배사들이 같은 주문 건내에 상품을 합배송하는 것과 달리 쿠팡은 합배송하지 않고 상품별로 개별 포장해 배송한다.
한 집에서 같은 개수의 제품을 주문했을 때 일반 택배는 1건의 배송이지만, 쿠팡은 제품 개수만큼의 배송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배송단가는 다른 택배사에 비해 낮은 동시에 배송기사들의 배송단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회사는 최근 몇 년간 물량 증가를 이유로 단가를 낮춰왔으나 배송 기사 입장에서는 같은 양을 배송해도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쿠팡의 실적이 매 분기 증가하고 있으나 서비스의 근간인 배송 기사의 업무환경은 오히려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터지며 협상에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현재 과징금·손해배상·보완 조치 등 대규모 비용 부담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배송 기사들 사이에서는 "그 여파가 단가로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야간 배송 단가는 업계 최저 수준인 개당 600∼700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단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택배 노동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겹치면 회사가 어려워질 테니 단가를 낮추려고 할 것"이라며 "다회전 배송 부담은 그대로인데 단가가 더 떨어지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새벽배송 금지 논란, 단가 조정 등 근로 환경 문제, 정보 유출 대응까지 삼중고가 겹친 상황"이라며 "이 과정에서 단가 체계와 노동 방식 전반을 다시 짚어보는 구조적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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