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삼성전자는 개발 조직을 재편했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서로 다른 전략을 꺼내들면서 전쟁의 승자가 누가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초반 경쟁에서 밀리며 지난해 7월 신설했던 전담 개발팀까지 포함한 D램과 낸드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하며 '반도체 초격차' 재건에 나섰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미주 지역 'HBM 기술 조직'을 신설하는 등 특화 조직체계를 완성하며 HBM 1등 기술 리더십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구글, 아마존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자체 AI칩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HBM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의 메모리 경쟁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HBM 추격 자신' 삼성, D램·낸드 '통합 설계'로 '초격차 재건' 노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D램·낸드 개발을 총괄하는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메모리 개발 담당 조직은 기존 메모리 사업부 산하 D램 개발실에 플래시 개발, 설루션, 패키징 기능을 더해 확대 개편한 것이다.
D램과 낸드 개발을 통합하면서 지난해 7월 신설된 HBM 개발팀은 D램 개발실 산하 설계팀 조직으로 재편됐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직 개편은 개발 초기 경쟁에서 밀렸던 HBM 분야에서 추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과거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를 재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HBM 개발 초기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SK하이닉스에 '글로벌 D램 1위'를 내주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이후 개발에 힘쓰면서 내년 초 양산 예정인 6세대 HBM4부터는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HBM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요가 급증한 낸드에서도 주도권을 공고히 해 '메모리 초격차' 재건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1위를 내줬던 D램과 달리 낸드에서는 점유율 36~37% 수준을 유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는 최근 '초저전력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위한 강유전체 트랜지스터'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하며 기술력 회복 발판도 마련했다. 이번 연구를 활용하면 기존 낸드플래시의 전력 소모를 최대 96% 절감할 수 있다.
SK하닉, 美 HBM 전담 조직 신설 등 특화 체계 완성…'1등 지킨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HBM 기술 리더십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으며 전담 조직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우선 미주 지역에 HBM 전담 기술 조직을 신설한다. 이는 엔비디아, 구글 등 주요 HBM 고객들이 미국에 몰려있는 만큼 고객사들에 대한 신속한 기술 지원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고객사의 요구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HBM 패키징 수율, 품질 전담 조직도 별도 구축해 전 과정을 아우르는 HBM 특화 조직 체계를 완성했다. HBM 기술이 개발될수록 고객 맞춤형 HBM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다. 업계에서는 2027년 이후 커스텀 HBM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2024년과 2025년 글로벌 1위를 유지한 HBM 시장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는 풀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서의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아마존 이어 내년에 MS까지 AI 칩 출시…HBM 경쟁도 '후끈'
엔비디아가 주도했던 AI 칩 시장에서는 구글, 아마존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도전장을 내밀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간 HBM 수주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HBM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연이어 뛰어난 성능의 AI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상황도 달라지고 있다.
내년 엔비디아와 빅테크 자체 칩의 사용 비중이 6 대 4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자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향후 HBM 시장은 단순히 공급 선점보다는 기술력과 공급 물량에서 업체간 경쟁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이제는 누가 먼저 공급하느냐보다는 늘어난 수요량을 맞출 캐파와 HBM 성능 차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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