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연말을 맞아 인사를 진행 중인 주요 그룹마다 '세대교체'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세대교체의 새로운 주역으로 1980년대생이 새롭게 등장했다. 1970년대생 '김부장'이 물러나고 '1982년생 김지영' 세대가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기업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역량이 확인된 미래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하고 있다. 30대 임원이 탄생하고 재계 오너가를 중심으로 1980년대생 회장도 나왔다.
삼성전자·SK·LG 등 주요 그룹 '80년대생' 신규 임원으로 급부상
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이 세대교체를 골자로 한 인사를 속속 단행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85명의 임원을 새로 선임했는데 이 가운데 20%인 17명이 1980년대생이다. 여성 신규 선임 임원 8명 중 6명이 1980년생이다. 최연소 신규 선임 임원은 1983년생이다. 또한 신규 선임 임원의 60% 이상인 54명이 40대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추진했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류병훈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 역시 1980년생이다.
삼성전자 역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에선 DX 부문 MX사업부 김철민 상무(39), 삼성리서치 이강욱 상무(39) 등 두 명의 30대 상무가 나왔다. 삼성리서치 최고은 상무(41)도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삼성전자에는 이들 외에도 1980년대생 임원이 상당히 있다. 연공서열보다는 전문성과 성장 잠재력을 우선한 인사 기조를 이어온 까닭이다. 노태문 사장 역시 2007년 30대의 나이에 상무보로 승진했고 윤장현 삼성전자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도 43세이던 2012년 임원이 되기도 했다.
LG그룹은 1980년대생 3명이 별을 달았다. 최연소 상무인 LG CNS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담당 조헌혁 상무(1986년생)를 비롯해 LG화학 전자소재마케팅전략담당 김민교 상무(1981년생), LG생활건강 정도경영부문장 박정철 상무(1980년생) 등이 주인공이다.
지난 5일 인사를 단행한 포스코그룹 역시 '미래지향적이고 젊은 리더십'에 방점을 뒀다며 "디지털 혁신과 중장기 R&D 전략 수립 및 실행을 강화하기 위해 1970~1980년대생의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적극 발굴, 배치했다"고 전했다.
재계 오너 중에서도 1980년대생 회장이 나왔다. 1982년생인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에 회장에 올랐다.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1980년대생이다. 정 회장뿐 아니라 1983년생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다.
새로운 시대 준비하는 1980년대생…AI시대 영향도
물론 주요 그룹마다 임원의 다수는 1970년대생들이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올해 100대 기업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임원 가운데 1970년대생은 66.8%에 달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출생한 임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100대 기업의 1980년대생 임원은 2022년 105명에서 2023년 131명, 2024년에는 189명으로 지속해서 증가했고 올해는 256명으로 증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1980년대생 임원 발탁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데 AI 관련 분야 인재를 임원으로 전진 배치하려는 경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특별 대담에서 'SK는 AI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느냐'는 질문에 "젊은 친구를 영 매니지먼트화 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AI 시대에 어떻게 사용되고 움직여야 하는지를 알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불행히도 저를 포함해서 많은 지금의 올드 매니지먼트들은 그 역량이 없다"며 "젊은 친구들이 들어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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