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파라타항공의 세 가지 '시그니처' 뽀개기... 8000원의 행복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2:21

수정 2025.12.07 12:44

대형항공사(FSC)를 넘보는 넓은 좌석으로 이미 유명세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일 탑승한 다낭행 파라타항공의 A컴포트(이코노미) 좌석. 저비용항공사(LCC)의 2-4-2 배열이지만 A330 기체다보니 앉아서 다리를 꼬더라도 성인 주먹 2개 정도가 들어가는 넉넉함을 보여줬다. 사진=김동호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일 탑승한 다낭행 파라타항공의 A컴포트(이코노미) 좌석. 저비용항공사(LCC)의 2-4-2 배열이지만 A330 기체다보니 앉아서 다리를 꼬더라도 성인 주먹 2개 정도가 들어가는 넉넉함을 보여줬다. 사진=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막내인 파라타항공이 라면과 냉면, 그리고 음료수를 포함한 세 가지 '시그니처 메뉴'가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미 대형항공사(FSC)를 넘보는 넓은 좌석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기내 서비스도 호평을 바독 있다. 파라타항공의 3대 시그니처 메뉴를 해부해 봤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일 탑승한 파라타항공 다낭행 항공기에서 주문한 '시그니처 라면'. 신라면 베이스에 대파와 전복의 조합이 인스턴트 라면을 요리로 승화시켰다. 기내에서 1편당 8개로 주문이 제한되지만, 입소문을 타며 주문이 '하늘에 별 따기'다. 사진=김동호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일 탑승한 파라타항공 다낭행 항공기에서 주문한 '시그니처 라면'. 신라면 베이스에 대파와 전복의 조합이 인스턴트 라면을 요리로 승화시켰다. 기내에서 1편당 8개로 주문이 제한되지만, 입소문을 타며 주문이 '하늘에 별 따기'다. 사진=김동호 기자
파라타항공 '시그니처' 입소문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 탑승한 베트남 다낭행 항공편에서 파라타항공의 대표 시그니처 메뉴인 '시그니처 라면'과 '피치 온 보드' 음료수를 만났다. 시그니처 라면은 이미 승객들에게 입소문이 났는지, 이륙 후 10분 뒤 주문했지만 단 2개만 남기고 매진된 상태였다.



새빨갛게 '나 매운 라면이오'라고 으시대는 면빨 위에 잘게 채를 친 대파와 작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복 3조각이 영롱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잘게 채를 친 대파는 향긋함과 동시에 아삭한 식감을 담당했다. 전복을 입에 넣자 쫀득함과 부드러움이 입을 즐겁게 했다. 냄새를 걱정했지만 우려에 불과했다. 대파와 전복은 인스턴트 신라면 기반의 끓인 라면을 요리로 승화시켜줬다.

음료를 나눠줄 때 파라타항공의 시그니처 음료 '피치 온 보드'를 받았다. LCC에서 무료 음료도 파격적인데 무려 '무한'이다. 달라고 하는 데로 준다. 다른 LCC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파격이다.

피치 온 보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복숭아 향이 났다. 온라인에서는 복숭아와 포도향이 섞여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먹어보자 포도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이구미 젤리 복숭아 맛을 녹인 맛".

베트남 다낭국제공항에서 지난 7일 탑승한 인천행 파라타항공 항공편에서 주문한 '시그니처 냉면'. 매콤새콤한 양념과 더불어 얼음 동동 동치미가 어우러진다. 사진=김동호 기자
베트남 다낭국제공항에서 지난 7일 탑승한 인천행 파라타항공 항공편에서 주문한 '시그니처 냉면'. 매콤새콤한 양념과 더불어 얼음 동동 동치미가 어우러진다. 사진=김동호 기자
7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에서는 마지막 시그니처 메뉴인 '냉면'을 접했다. 베트남에서 돌아오는 길, 빨간 맛이 그리워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그러자 뒷좌석에서 다른 어르신 승객이 자녀분께 "저건 시켜야 나오는 거냐, 그냥 나오는 거냐"라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자녀분의 답은 듣지 못하고 비빔냉면을 주시했다.

냉면 면발 위에 채 썬 오이와 삶은 계란 반쪽, 그리고 잡곡을 튀긴 가루 같은 것들이 들어있었다. 평소에 알던 비빔냉면에서는 못보던 고명이다. 앞서 먹었던 라면과 같은 매콤함 뒤에 새콤함이 입을 공략했다. 그런데 킥은 '잡곡 튀김 가루'다. 면발이 냉면 같지 않고 국수 같이 부드러워 실망하려는 찰나, 바삭바삭하면서도 아작아작하는 식감이 입을 즐겁게 한다. 맛도 고소해 비빔냉면의 식감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를 더한다. 그리고 너무 매울 찰나, 함께 제공된 얼음 동동 동치미 육수를 마시면 입이 개운해진다.

파라타항공의 3대 시그니처 메뉴 중 라면과 냉면은 각각 8000원이다. 사전 주문 기내식의 절반 가격임을 생각하면 충분히 메리트 있는 가격으로 여겨졌다.

파라타항공 관계자는 "시그니처 라면과 냉면은 기내 주문 8개로 한정하고 있다"며 "최근 인기가 높아지며 사전 주문으로 전환도 검토하고 있지만, 승무원들의 업무 가중으로 개수 확대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일 탑승한 파라타항공 다낭행 항공기에서 시그니처 음료 '피치 온 보드'를 주문해 마시고 있다(왼쪽). 오르좌석은 177cm 성인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넉넉한 컴포트(이코노미) 좌석 넓이(오른쪽). 사진=김동호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지난 3일 탑승한 파라타항공 다낭행 항공기에서 시그니처 음료 '피치 온 보드'를 주문해 마시고 있다(왼쪽). 오르좌석은 177cm 성인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넉넉한 컴포트(이코노미) 좌석 넓이(오른쪽). 사진=김동호 기자
노련미 돋보인 막내 LCC 승무원
파라타항공은 지난 11월 17일 인천~나리타 노선을 시작으로 같은 달 24일 인천~베트남 다낭, 26일 인천~베트남 나트랑·푸꾸옥에 신규 취항했다. 지난 1일부터는 인천~오사카 노선도 운항을 시작했다.

다낭 노선은 고객들에게 '눕코노미'로 유명했다. 신규 항공사다 보니 이용 고객이 적어 팔걸이를 올리고 옆좌석에 누워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겪어본 파라타항공은 이미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탑승률이 80%를 넘어 보였다. 빈 좌석을 찾기 어려워 '눕코노미'를 경험하기는 한동안 힘들 것처럼 보였다. 다만 2-4-2 배열에서 가운데 좌석 팔걸이가 영화관처럼 위로 올라간다는 점은 편했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였다.

FSC급 좌석 넓이도 사실이었다. 컴포트 좌석(이코노미)은 성인 177cm 남성이 앉아도 무릎 앞에 주먹 4개 정도가 들어갔다. 뚠뚠이가 다리를 꼬고 앉아도 공간이 남았다. 진짜다. 실제 오가는 항공편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승객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다만 너무 넓다는 점이 단점으로 다가오는 순간도 있었다. 앞뒤 좌석이 넓다 보니, 좌석들 뒤로 힘껏 재낀 승객들이 여느 항공편보다 많았다. 그럼에도 공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많은 승객들이 다 뒤로 좌석을 재끼는 건 못 보던 풍경이었다. 넓은 좌석에 비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문이다.
또 좌석을 재끼는 레버가 좌석 아래에 있어 찾기 어렵다는 점도 승객들이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신생 막내 항공사지만 승무원들은 베테랑의 노련미가 묻어 나왔다.
FSC처럼 기내식 일괄 서비스가 아님에도 먹은 음식은 바로바로 수거하고, 고객들의 불편한 점을 수시로 체크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