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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또 개입… 이번엔 약물이력 선수의 MLB 명예의 전당? "로저 클레멘스 헌액돼야"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2:35

수정 2025.12.07 12:36

트럼프, '약물 이력' 로저 클레멘스 명예의 전당 강력 추천
[뉴욕=AP/뉴시스] 로저 클레멘스. 2001.06.29 /사진=뉴시스
[뉴욕=AP/뉴시스] 로저 클레멘스. 2001.06.29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스포츠계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투표를 겨냥했다. 현대야구 시대위원회(Hall of Fame Contemporary Era Committee) 투표를 앞두고 전설적 투수 로저 클레먼스에게 공개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보낸 것이다.

투표 독립성을 존중하는 MLB 관행을 고려하면, 현직 대통령의 이 같은 노골적인 개입은 매우 이례적이다.

트럼프는 7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명예의 전당 유권자들은 클레먼스에게 투표하는 ‘옳은 일’을 해야 한다”며 “역대 최고 투수 중 한 명이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지 못한 건 사실이 아니라 소문과 조롱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클레먼스는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으며, 오바마 행정부 법무부가 스테로이드 혐의로 기소했을 때도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명예 회복에 전면적으로 힘을 실었다.

클레먼스는 기자단 투표에서 이미 10년을 모두 소진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한 번도 득표율 75%를 넘기지 못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배제된 선수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현대야구 시대위원회는 1980년 이후 활약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한 번씩 문을 연다. 올해는 클레먼스, 배리 본즈, 카를로스 델가도, 제프 켄트, 돈 매팅리, 데일 머피, 게리 셰필드, 페르난도 발렌수엘라까지 총 8명이 최종 후보로 올랐다. 16명으로 구성된 선정 위원단 투표에서 75%를 넘기면 내년 7월 뉴욕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결과 발표는 8일이다. 문제는 ‘약물 추문’. 클레먼스는 통산 354승 184패, 평균자책점 3.12, 4천672탈삼진, MLB 최다 7회 사이영상을 수상한 역대 최고 레전드지만, 커리어 후반 제기된 약물 사용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경기력향상물질(PED) 사용을 강하게 부인했고, 의회 위증 및 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2012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명예의 전당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최근 계속적인 스포츠 행보를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최근 계속적인 스포츠 행보를 이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트럼프는 이 지점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300승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에 없는 이가 클레먼스다.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며 “MLB 커미셔너는 가진 모든 권한을 동원해 클레먼스를 헌액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MLB에 직접 압박을 가한 셈이다. 대통령이 특정 선수를 지목해 명예의 전당 헌액을 촉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현재 MLB 내부에서도 해당 발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상황이다. 명예의 전당은 기자단의 독립성과 위원회의 자율성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여긴다. 때문에 가장 정치적 영향에서 멀리 떨어져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번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본인의 신념에 따라, 혹은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그가 스포츠 이슈에 개입하는 모습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최근 FIFA 평화상 후보 언급부터 NFL·NBA 관련 발언까지, 트럼프식 ‘스포츠 정치’는 계속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발표일, MLB 역사 논란의 한가운데서 또 한 번 트럼프가 변수로 등장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