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호황인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수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미국 고율 관세 여파로 부진한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등의 약세를 단독으로 떠받치며 사실상 ‘수출 착시’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202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1~11월 수출 실적이다.
이 같은 추세가 12월까지 지속된다면 연간 7000억달러 돌파는 무난할 전망이다. 보수적으로 전년 12월 실적(613억달러) 수준만 기록해도 7000억달러를 가볍게 넘어선다.
올해 수출 상승세는 인공지능(AI) 특수에 힘입어 반도체가 사실상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11월까지 1526억달러로, 한 달이 남은 상황임에도 이미 지난해 연간 최대치(1419억달러)를 넘어섰다. 사실상 역대 최고 기록을 확정한 셈이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하면 분위기는 정반대다. 같은 기간 비(非)반도체 수출은 4876억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19.8%), 자동차(2.0%), 선박(28.6%), 바이오헬스(7.0%), 컴퓨터(0.4%)를 제외하면 10개 품목이 역성장했다.
일반기계(-8.9%), 석유제품(-11.1%), 석유화학(-11.7%), 철강(-8.8%), 자동차부품(-6.3%), 무선통신기기(-1.6%), 디스플레이(-10.3%), 섬유(-8.1%), 가전(-9.4%), 이차전지(-11.8%) 등이 줄줄이 부진했다.
한국 수출의 반도체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1월 반도체 수출 비중은 28.3%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 10% 안팎이던 비중은 올해 대부분의 달에서 20%대를 유지하며 구조적 쏠림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내년에도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업황의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의 독주가 계속되며 ‘반도체 편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이 전체 수출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비반도체 업종의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며 “내년 글로벌 제조업 사이클이 본격 반등하지 못할 경우 한국 수출 구조의 취약성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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