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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나름 최상아닌가? 포트2 ‘실리’는 모두 챙겼다… 32강 청신호 켜진 홍명보호 [2026 북중미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5:16

수정 2025.12.07 15:16

최상 아니지만 괜찮은 조편성 평가... 외신도 "한국 최상"
포트1에서 약한 축 멕시코와 한 조
FIFA 랭킹 70위 남아공은 확실한 1승 제물
유럽 가장 강력한 이태리 포함 PO 'A조' 피해
1‧2차전 같은 경기장 … 멕시코에서만 경기도 큰 이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해볼만한 대진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뉴스1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해볼만한 대진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상’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원했던 ‘최적’의 결과에 근접했다. 우려했던 ‘죽음의 조’는 없었다. 부담스러운 유럽과 남미의 거함들을 피하고, 해볼 만한 상대들과 한배를 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는 홍명보호가 32강을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현실적인 희망’을 안겨줬다.

지난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확정된 A조 대진표(멕시코·한국·남아공·유럽 플레이오프(PO) 승자)를 두고 안팎의 평가가 긍정적이다.

개최국 멕시코의 홈 텃세라는 부담은 존재하지만, 전력상 압도적인 ‘우승 후보’를 피했다는 점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 편성의 핵심은 ‘죽음의 조’ 회피다. 포트1에서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모두 비껴갔다. 대신 만난 멕시코는 FIFA 랭킹 15위로 포트1 국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개최국 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지만, 객관적인 전력 싸움에서 한국이 위축될 이유는 전혀 없다. 지난 9월 펼쳐졌던 원정 평가전에서도 2-2로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트4에서 ‘복병’으로 꼽히는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 조가 된 것도 나쁘지 않다. 남아공은 FIFA 랭킹 61위로 한국(22위)보다 한 수 아래다.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승점 3점을 노려볼 수 있는 상대다. 유럽 PO 승자 역시 전통의 강호들이 대거 탈락한 상황이라 덴마크, 체코 정도가 유력하다. 만만치 않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산은 결코 아니다.

손흥민이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한국은 지난 9월 10일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이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슈팅을 하고 있다.한국은 지난 9월 10일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객관적인 제3자의 시선도 한국의 32강 진출을 낙관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조 추첨 직후 A조 판세를 분석하며 “멕시코가 1위, 한국이 2위를 차지해 32강에 직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 대해 “아시아 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저력 있는 팀”이라며 “이전 세대만큼 화려함은 덜할지 몰라도 2위 경쟁의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특히 ESPN은 한국과 멕시코의 2차전을 A조의 운명을 가를 ‘빅매치’로 꼽으며, 한국이 멕시코를 상대로 충분히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팬들에겐 ‘황금 시간대’, 선수들에겐 ‘익숙한 환경’ 경기 외적인 요소도 한국에 웃어주는 모양새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른다. 이동 거리가 짧아 선수들의 피로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킥오프 시간이 한국 시각으로 오전 10시와 11시로 잡혔다. 시차 적응 없이 편안하게 응원할 수 있는 이른바 ‘황금 시간대’다. 국민적인 응원 열기가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

물론 장밋빛 전망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 ‘해볼 만하다’는 것이지 ‘쉽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상대도 똑같은 조건이다. 매 경기 전쟁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멕시코의 고지대(해발 1600m 이상) 적응 문제는 승패를 가를 결정적인 변수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을 멕시코와의 2차전은 심리적인 부담감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유럽 PO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조별리그 첫 경기의 난이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회의 문이 활짝 열렸다는 점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한 대진표를 받아들었다. 판은 깔렸다.
이제 그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은 홍명보호의 몫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