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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韓 약점은 에너지" 지목한 손정의, 귀담아들을 조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8:12

수정 2025.12.07 19:39

ASI 시대 전력공급 충분해야
신규원전 번복 말고 속도내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5일 가진 70분 회동의 핵심 키워드는 초인공지능(ASI)과 에너지였다. ASI는 모든 면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을 말한다. 지능 수준을 비교하면 10배, 20배 정도가 아니라 1만배 월등한 두뇌를 ASI가 가질 것이라는 게 손 회장 주장이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인류가 금붕어가 되고, AI가 인간의 지위를 갖는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손 회장은 똑똑한 ASI에 두려움을 갖기보다 인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활용법을 찾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했는데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사력을 다해 뛰고 있고, 우리는 그에 비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제반 인프라 구축에 국가와 기업의 총력전이 절실하다.

손 회장이 ASI 시대를 앞둔 한국의 결정적 약점이 에너지라고 지적한 대목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ASI 시대 구현을 위해선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 교육이 필수인데 우리나라는 에너지 전략이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국내에서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규모가 너무 작고, 이 규모를 키우려면 에너지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는데, 백번 타당하다.

ASI의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연산 능력이 안정적으로 구동되려면 천문학적인 전력이 필요하다. AI를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부르는 이유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상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전력이 7기가와트(GW)에 이른다. 도시 하나를 가동시킬 정도의 전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공급을 약속받았지만 전력 인프라 확충 없인 무용지물이다. GPU 26만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전기만 1GW로 대형 원전 1기 용량에 해당한다. 나아가 ASI 시대를 대비하려면 향후 GPU 100만장 이상이 필요하다. 햇빛과 바람에 들쭉날쭉하는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로 감당할 수 있는 전기 용량이 아닌 것이다. 전력이 필요한 곳은 여기 뿐만이 아니다. 신설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시설 곳곳에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새로 지어야 하는 원전 한두개 정도로도 부족하다.

대규모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만 한 에너지가 없지만 정부는 계속 주저하고 있다. 손 회장이 한국의 에너지가 약점이라고 한 대목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앞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 신규 원전 2기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이 대통령은 손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AI 역량을 상하수도처럼 모든 국민이 누리는 초보적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AI 기본 사회'를 언급한 것인데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부터 챙겨야 한다.
계획대로 신규 원전을 서둘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자체 반대로 멈춰 선 송전선로 작업 길도 열어줘야 한다.
부족한 전기로 AI 3대 강국은 꿈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