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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보다 비싼 전기료에 탄소감축 압박…"제철소 가동 버겁네"[위기의 K철강]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8:15

수정 2025.12.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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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가능성·형평성 이유로
K스틸법엔 전기료·조세감면 빠져
NDC 상향 조정으로 부담 가중
업계 "R&D예산 등 대폭 늘려야"
美보다 비싼 전기료에 탄소감축 압박…"제철소 가동 버겁네"[위기의 K철강]

K-스틸법이 제정됐지만 철강업계는 가장 시급했던 전기요금 인하 부분이 빠졌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문제는 철강업계만의 이슈가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과제이지만,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급격히 오르면서 이제는 미국보다 더 비싸진 탓에 한국 철강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업계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상향 조정된 데 당혹해하며,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 지원 필요"

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K-스틸법은 제정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하와 조세 감면 부분이 빠졌다. 정부 각 부처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반대해서다.



철강산업에서 전기요금은 철강제품 원가의 약 10%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약 70% 올랐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달러(약 8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한 것도 전기료 탓이 크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기료가 1kwh(시간당 킬로와트)당 1원 인상될 경우 연간 원가 부담이 100억~2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만큼 수출 경쟁력도 약화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전기요금은 철강업계만이 아닌 전 산업에 걸친 문제로,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급격히 오르면서 이제 미국보다 더 비싸다"며 "포스코, 현대제철 같은 업체들이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인 데는 관세 문제도 있지만 전기요금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 6월 기업 전기요금을 최대 25% 낮추는 '신산업전략'을 발표했으며 독일도 2027년까지 전기료를 감면하는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탄소중립산업전환연구실장은 "K-스틸법 시행령에서 연구개발(R&D)과 함께 설비투자 또는 운영 비용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친환경 설비 전환을 조건으로 하는 전기요금 비용 보조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K-스틸법이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으로 그칠 게 아니라 내년에 더 세부적인 대책과 대규모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D 예산 늘려야"

철강업계는 정부가 채택한 '2035 NDC' 달성을 위해 최대한 협력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NDC 영향으로 발전 외 부문에서 향후 5년간 기업의 배출권 구매 비용이 가장 많은 분야로 철강(1조3756억원)이 꼽혔다.

철강업계는 업황 부진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수소환원제철 등 핵심 기술 개발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해 '현실적 로드맵' 마련을 기대해왔다는 점에서 부담을 크게 느끼는 분위기다. 특히 철강업계가 수소환원제철 도입 시점을 2037년부터 단계적 도입을 예상하는 가운데 정부의 NDC 목표가 당초 기대보다 높게 잡혀 수출 및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요국과 비교할 때 투자 규모도 크게 차이 난다. 독일의 잘츠기터는 10억유로(약 1조7179억원)의 지원을 받아 저탄소 철강으로의 전환을 위한 '잘코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의 방향성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산업 전환에 있어 현실적인 시간과 시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독일은 수조원을 투입하는 반면 우리는 아직 연구개발(R&D) 지원금이 적어 기술개발 속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사업 실증을 여러 차례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