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저임금 매력 떨어진 베트남·인니… 현지 진출 제조사 ‘한숨’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8:28

수정 2025.12.07 18:28

베트남 내년 최저임금 7.2% 상승
인니, 노동계 10%대 인상 요구
무역분쟁에 中제조업 진출 늘어
韓기업 숙련 인력 빼가기 심각
일부 기업 생산기지 이전 고민
저임금 매력 떨어진 베트남·인니… 현지 진출 제조사 ‘한숨’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준석 특파원】 "베트남 인건비가 너무 올랐어요. 최저임금이 이제 어지간한 중국 도시 수준까지 올라 비용 부담이 큽니다.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베트남 현지 기업인 A씨)

"중국 기업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힘든 상황인데 최저임금까지 해마다 계속 오르고 있어 죽을 맛입니다."(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인 B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들이 매년 빠르게 오르는 최저임금 때문에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수년 전부터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해 이들 지역으로 대거 이전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숙련된 인력을 웃돈을 주고 빼가는 일이 계속 발생해 인건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왔는데… 이젠 中과 차이 안난다"

7일 하노이 현지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2026년부터 지역별 최저임금을 평균 7.2% 인상하기로 확정했다. 지역별로 28만~35만동(약 1만5000~1만9000원)이 오르며, 최저임금은 최대 531만동(약 29만7891원)까지 조정될 예정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베트남 정부가 8%대 성장과 소득성장을 내세우면서 매년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높이고 있어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제 중국의 평균 임금 하위권 성인 광시성 등과 베트남의 최저임금이 이젠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건비가 수년째 크게 오르면서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허리 띠를 졸라매고 있다. 일부 기업은 통역과 인사 등 경영지원 부서를 중심으로 인원 감축에 단행한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6.5%를 인상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5%대 인상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연맹(KSPI)을 비롯한 노동계가 물가 상승 및 경제 성장률을 반영하여 최소 8.5%에서 최대 10.5%의 최저 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따라 당초 지난달 발표 예정이던 2026년 최저임금 인상률 발표가 이달 말로 연기됐다. 인도네시아 노동계는 2026년 자카르타 주 최저임금(UMP)을 현재 539만6762루피아(47만9772원)에서 600만루피아(53만3400원)로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업체를 운영 중인 B씨는 "인도네시아 진출 당시에는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일부러 자동화률을 낮춰 공장을 운영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는데 이제는 매년 인건비가 올라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장점이 거의 없어져 라오스나 캄보디아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급등에 中기업은 인력 빼가기까지

중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임금 인플레이션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 박닌성, 타이응우옌성, 하이퐁시 등 국내 진출 기업들이 대거 밀집한 지역은 최근 몇 년 새 중국 자본의 침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이 수년간 공들여 키운 현지 직원들에게 더 높은 연봉을 약속하며 인력 빼내기에 나섰다. 이에 따라 임금 시장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국내 진출 기업들의 인력 확보와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인도네시아도 중국 기업들의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 제조업체의 직원들을 자꾸 빼내 가 고민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중국 정부가 동남아 현지 진출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미국 관세를 피해 우회 수출이 가능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기업에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중국 전기차(EV) 대표 기업인 비야디(BYD)를 비롯해 10여개가 넘는 중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 제조 기지를 건설했으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이같은 경영환경 악화에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게 더 큰 고민이다.
현지 관계자는 "진출 기업 중 상당수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철수까지 고민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자니 인력 풀과 정치적 불안정성 등 문제가 있어 향후 몇 년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감내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