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관세 이어 전기요금도 2배로 한계 몰린 '제조업 뼈대' 철강 [위기의 K철강]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7 18:34

수정 2025.12.07 22:03

내수부진으로 수요 줄며 겹악재
산업용 전기요금 3년새 75% ↑
11월 수출은 전년比 16% 감소
유럽은 조단위 투자 지원하는데
국내업체들 돌파구 찾아 脫한국
"산업 붕괴땐 지역경제까지 타격"
관세 이어 전기요금도 2배로 한계 몰린 '제조업 뼈대' 철강 [위기의 K철강]

"우리 철강업계가 이대로 가면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죽게 된다."(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국내 조선업이 한동안 힘들 때도 국내 철강산업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다른 제조업은 물론 지역 경제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철강업계 관계자)

유럽 제조업의 심장인 독일은 한 철강 기업에 조(兆) 단위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철강을 지키지 못하면 제조업 전체의 안보가 뚫린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3월 티센크루프의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는 20억유로(약 3조4357억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이 확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조업 부흥을 외치며 철강산업 재건에 집착하고, 영국 정부가 철강을 '산업의 근간이자 안보'라고 못 박은 것도 모두 같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반면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수 있었던 저력의 근간인 'K-철강'은 미국발 관세정책, 중국 철강 제품의 저가 물량 공세, 내수 부진 등으로 삼중고에 빠져있음에도 수천억원 단위 실증사업에 머무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오히려 탈한국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달러(약 8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 포스코 역시 미국 최대 철강사 중 한곳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에 조 단위 규모의 대형 투자를 단행해 '동업자 수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강산업은 초기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산업이기에 한번 무너지면 복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철강산업은 내수·외수 모두 위축되는 분위기다. 올해 1~9월 철강 내수 물량은 3255만1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9%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철강재 수요의 마지노선인 5000만t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의 50% 관세 여파로 지난달 철강 제품의 수출액은 22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9%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철강 수요는 10년 전인 2016년만 해도 8770만t이었지만,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올해는 7360만t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공급도 9670만t에서 7830만t으로 약 19% 줄어드는 등 산업 자체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관세 리스크도 심화되는 추세다. 캐나다도 한국산 철강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밝혔고 유럽연합(EU)도 탄소 규제와 함께 관세 50%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EU는 한국산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이 와중에 급격하게 오른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1년 말 105.5원에서 지난해 말 185.5원으로 75.8% 증가했다.


철강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철강이 무너지면 자동차, 조선, 플랜트 등 모든 제조업이 다 무너지는 파급 효과를 잘 안 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