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으로 수요 줄며 겹악재
산업용 전기요금 3년새 75% ↑
11월 수출은 전년比 16% 감소
유럽은 조단위 투자 지원하는데
국내업체들 돌파구 찾아 脫한국
"산업 붕괴땐 지역경제까지 타격"
산업용 전기요금 3년새 75% ↑
11월 수출은 전년比 16% 감소
유럽은 조단위 투자 지원하는데
국내업체들 돌파구 찾아 脫한국
"산업 붕괴땐 지역경제까지 타격"
"우리 철강업계가 이대로 가면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죽게 된다."(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국내 조선업이 한동안 힘들 때도 국내 철강산업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다른 제조업은 물론 지역 경제도 붕괴될 수밖에 없다."(철강업계 관계자)
유럽 제조업의 심장인 독일은 한 철강 기업에 조(兆) 단위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철강을 지키지 못하면 제조업 전체의 안보가 뚫린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버틸 수 있었던 저력의 근간인 'K-철강'은 미국발 관세정책, 중국 철강 제품의 저가 물량 공세, 내수 부진 등으로 삼중고에 빠져있음에도 수천억원 단위 실증사업에 머무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오히려 탈한국을 추진 중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달러(약 8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했고, 포스코 역시 미국 최대 철강사 중 한곳인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에 조 단위 규모의 대형 투자를 단행해 '동업자 수준'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철강산업은 초기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 산업이기에 한번 무너지면 복원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국내 철강산업은 내수·외수 모두 위축되는 분위기다. 올해 1~9월 철강 내수 물량은 3255만1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9%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철강재 수요의 마지노선인 5000만t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의 50% 관세 여파로 지난달 철강 제품의 수출액은 22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9%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철강 수요는 10년 전인 2016년만 해도 8770만t이었지만,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올해는 7360만t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공급도 9670만t에서 7830만t으로 약 19% 줄어드는 등 산업 자체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관세 리스크도 심화되는 추세다. 캐나다도 한국산 철강 관세를 50%로 올리겠다고 밝혔고 유럽연합(EU)도 탄소 규제와 함께 관세 50%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EU는 한국산 철강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이 와중에 급격하게 오른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철강업계의 목을 죄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021년 말 105.5원에서 지난해 말 185.5원으로 75.8% 증가했다.
철강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철강이 무너지면 자동차, 조선, 플랜트 등 모든 제조업이 다 무너지는 파급 효과를 잘 안 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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